음모론으로 흥한 트럼프, 음모론으로 망할까
<음모로 흥한 자, 음모로 망하리라
Live by conspiracy theory, die by conspiracy theory.>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이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얽힌 앱스틴 파일 공개를 미 법무부가 뭉개자 마가 진영이 반발하고 있는 걸 언급하며 한 말.
https://www.youtube.com/watch?v=iUuBxEB0E4w&t=1173s
트럼프가 정치인으로 부각된 최초 사건이 오바마의 출생지 음모론을 부각한 거였다.
트럼프는 젊은 여성을 고위층에 공급한 제프리 엡스틴과 오랜 기간 동안 절친이었는데도, 엡스틴이 민주당/딥스테이트와 결탁했다는 음모론이 나오자 ‘희생자들을 착취한 엡스틴 파일을 공개하여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에 편승하여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엡스틴 고객 명단 따위 없음’이라며 뭉개려 하니 마가들이 반발하는 것임.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마태복음 22장)”라는 성경 구절이 생각나는 대목.
트럼프는 엡스틴 파일 공개에 대한 마가 진영 반발을 다른 이슈와 음모론 제기로 뭉개려고 한다. 트럼프가 못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기 디펜스. 디펜스 대신 항상 다른 이슈를 만들어서 주의를 돌리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도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앱스틴 파일 이슈가 터지자 계속 다른 이슈를 던지며 자기 지지층 관심을 돌리려고 했지만 실패. 급기야 오바마가 2016년 선거 조작에 개입했다는 식의 (누가 봐도 명백한) 음모론을 마구 던지고 있다. (어라, 오바마를 반역 혐의로 고발까지 했다고???? 무리수도 이런 무리수가 없네)
https://edition.cnn.com/2025/07/22/politics/trump-obama-treason-accusation-analysis
지금 이 서툰 반박은 트럼프가 엄청 초조하다는 걸 증명한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고위층 성매매(미성년자가 낀)에 연루 의혹을, 자기 지지층에게조차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트럼프 지지율은 공화당원 사이에서 90% 가 넘는다. 그런데 이 이슈 만큼은 ”트럼프가 잘 핸들링하고 있다“라는 답변이 절반에 불과하다.
트럼프는 이제까지 Live and let die(너 죽고 나 살자)정신을 미국과 전세계에 퍼뜨리고 있다. 미국의 최고 강점은 ‘상생 Live and let live’을 앞장세워(뒤로는 어떨진 몰라도) 전세계 민주주의 리더라는 소프트 파워인데 이를 미 대통령이 직접 축소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국력을 감소시키는 전대미문의 리더, 아니 파괴자가 됐다.
마가 진영 인플루언서들 조차도 트럼프에게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주요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합동으로 엡스틴 파일 공개 법안을 상정하려고 하는 것은 다음 대선에서 포스트 트럼프를 고민해야 하는 공화당의 트럼프 끊어내기 작전일 수도 있다.
이렇게 트럼프를 낙마시키면 누가 이득을 보나? 우선은 빅테크가 육성한 차세대 극우 세력 부통령 JD 밴스다. JD 밴스(그리고 그의 정치스폰서 피터 틸의) 철학적 멘토 정도로 불릴 수 있으며 “미국에 왕정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블로거인 커티스 야빈은 이렇게 말한다. 트럼프의 기존 기득권 세력 붕괴 계획은 너무 허술해서 반발만 불러일으킨다고.
커티스 야빈 관련해서는 이 글 참조.
https://brunch.co.kr/@jeeminstory/76
미국 공화당이 이기주의/난봉꾼 트럼프를 결국 제거하고 더 세련된 독재를 원하는 밴스로 줄을 설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여기서의 교훈.
1. 진영을 막론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자들은 진실을 가리고 '내가 원하는 진실'을 만들려는 사람이다. 당장의 이익이 있을지언정 음모론자의 힘이 커질수록 그 음모론을 소비하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 능력을 왜곡하기 때문에 절대로 음모론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2. 민주주의가 자유와 상충한다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들은 경계할 뿐 아니라 저항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삶을 붕괴시킨다.
Ps. 아, 참고로 1973년 007 시리즈 영화 <Live and Let Die>는 실패작으로 꼽힌다. 제임스 본드(로저 무어)가 여자들을 두루 후리며 부두교 악당을 물리치는데 성차별 인종차별적 요소가 가득해서다. 폴 매카트니 앤 윙즈가 부른 주제가는 좋음.
https://www.youtube.com/watch?v=NR0UmZcf89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