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할 때마다 고민이 시작된다.
이번 방학에는 어디를 갈까? 아이들과 또 어떤 재미난 경험을 할까?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건 핑계일 뿐, 내가 가고 싶고, 보고 싶고 경험하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4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해외는커녕 국내에서조차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고,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넘쳐난다.
이걸 언제 다해보나... 마음은 급하지만 몸은 하나고, 시간도 제한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내 지갑은 얇고도 얇아서 사실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조건은 여행에 드는 비용이다.
처음 떠오른 여행지는 미국이었다. 그것도 뉴욕.
우연히 TV 홈쇼핑을 통해 알게 된 미 동부 여행패키지 상품이 화근이었다. 아~저렇게 여행을 갈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보게 된 여행 상품에는 그토록 동경하던 뉴욕과 워싱턴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볼 수 있는 캐나다 일부 도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코스가 좋으니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혼자라면 그럭저럭 가볼 만할 것도 같은데, 4인가족이 움직이려면 무조건 곱하기 4를 해야 한다. 천만 원이 뭐야, 2천만 원도 우습게 나갈 것 같았다.
이왕이면 미국에 간 김에(옆동네도 아니고) 언니가 살고 있는 애틀랜타에도 들러서 조카들도 보고 오면 좋겠다 싶어 그 비용까지 계산해 본 것이다. 거기까지 가서 언니를 보지 않고 오는 것도 너무나 아쉬울 것 같았다(진짜 옆동네도 아니고). 뉴욕 여행을 놓고 어떻게 하면 비용을 아끼며 여행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비용에 발이 묶여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방학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여전히 선택을 내리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관심사로 모이게 된 오픈 카톡방에서 누군가 튀르키예로 가족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아이가 중학생일 때 가족 여행을 갔었는데, 다시 가고 싶다는 아이 때문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튀르키예? 어디쯤 있지? 거기에 뭐가 있길래 그러게 좋았다는 걸까?
역사와 지리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튀르키예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튀르키예야말로 역사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좋은 역사 체험 여행지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갑자기 희망 여행지 일 순위에 오르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첫째야말로 매일 한 권씩 역사책을 클리어하는 역사광인데 말이다.
아이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져주라며 강연 때마다 외치던 강사가 정작 우리 아이가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책을 매일 읽고, 역사 관련 프로그램을 심취해 본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래서 역사 체험하기 좋은 나라는 어디며, 우리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는 어디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슬픈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인간은 원래 다 그렇게 부족한 거 아니겠나. 다 알면 내가 신이지 엄마일 리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쨌든 아이에게도 튀르키예 여행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흔쾌히 좋다고 했다. 남편 역시 뉴욕이든 튀르키예든 드디어 아시아를 벗어나 보는 거냐며 들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져 있는 나라다. 즉 아시아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둘째는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것만으로도 좋기 때문에 목적지는 크게 중요해 보이진 않았다.
그날부터 튀르키예 여행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수소문 상대는 없는 거 없이 다 있는 네이버다.
튀르키예를 패키지로 여행하면 좋을지 자유 여행을 하면 좋을지 블로거들을 상대로 묻고 다녔다.(검색했다는 뜻이다.) 또 항공권과 숙소 비용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결론이 나버렸다.
튀르키예 항공권이 왕복 120~150만 원대. 튀르키예 패키지여행은 110만 원~150만 원대. 그럼 지갑은 얇고 튀르키예라는 나라를 이제 겨우 알아가기 시작하는(그것도 네이버로) 4인 가족은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