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Aug 22. 2022

둘의 차이

몇 년전 사람이 그립고 필요하다 느끼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그립고 외롭다는 감정은 분명하게 있었지만 '심심한' 건 아니었다. 늘 뭔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성격인데다 좋아하는 취미도 많아서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긴 했다. 그치만 그것과 별개로 사람의 온기가 또 필요했다. 


신혼시절 잠깐 일을 몇달 쉬던 때, 남편이 출근하면 가방에 노트와 책, 펜을 넣고 집 앞 커피숍으로 향하곤 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하고 커피숍 문밖을 나올 때 기분이 생각난다. 물론 너무 좋았다. 그것들, 그런 시간마저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활자 속 인물들 말고도, 진짜 살아있는 사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고  이상하게 온몸이 푹푹 꺼지는 것만 같은 느낌, 그때 나는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그 즈음 복지관에 요리 수업, 제빵 수업 같은 것들을 잔뜩 신청해 듣기 시작했고, 엄마뻘 되는 이모들 사이에 끼여서 이것저것 만들고 담소를 나누는데도 조금은 전보다 행복해하던 내가 기억난다. 그랬던 나였다. 


나를 찾고 나를 좋아해주는 이가 있다는 걸 아는 채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 주변에 아무도 없는 채로 혼자 있는 것, 그 둘은 달랐다. 전자는 훨씬 마음에 여유가 있다. 친한 동네 친구들을 사귀고부터 이젠 더이상 놀이터에서 레이더망을 켠듯 또래 엄마들을 샅샅이 돌아보지 않는다. 아이에게 더 집중해서 놀아주고 모르는 엄마들에게 먼저 아무렇지 않게 눈인사를 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느낀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내가 특히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가족, 가정이라는 그 깊은 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