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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ug 22. 2022

가족, 가정이라는 그 깊은 뿌리

나는 그 뿌리에서 자랐다. 

사람에게 가정이란, 가족이란 얼마만큼이나 중요한 것일까. 가족에 대해 딱히 생각이 크지 않은 사람도 가족에게서 떨쳐나왔다 생각하는 사람도 그 테두리 안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현재 모습의 출발 역시 가정에서였다. 나의 현재 모습은 우리 엄마와 아빠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또 당신들이 자라온 가정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어떤 내밀한 내력들이 어우러져 형성된 것이리라. 형제들과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라지만 부모의 영향만큼 지대하진 않을 듯하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 이분들로 인해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자랐다. 학교나 직장에서 가끔 볼 때가 있었다. 언뜻 언뜻 대화 속에서 집 얘기가 나올 때 '아, 이 사람은 엄마에 대한 마음이 불순물 같은 것 없이 참 맑구나, 적어도 엄마로 아빠로 인해 힘든 인생을 살진 않았구나.'싶은 사람들을. 


나의 경우, 자라면서 자식인 우리가 부모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사정을 헤아려야하는 것 말고 그냥 우리도 순전한 돌봄을, 이해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아빠는 가끔 답답할 때가 있었고 엄마는 꽤 많이 미워하며 살았다. 아빠가 내게 주는 돈벌이와 관련된 그 답답함이 내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하진 않았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내 안에 여전히 상처받아 울고 있는 아이가 있구나, 상기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아직 그렇다. 


내가 살 길은 무엇인가, 아마도 엄마가 달래주지 못한 내 안의 어린 아이에게 나라도 눈물을 닦아주고 엄마를 더 더 이해한 다음 용서 비슷한 마음을 품는 거겠지. 머리로는 그게 성공할 때도 있는데 마음은 아직인 것 같다.  


사람은 가족이라는 뿌리, 가족이라는 줄기 속에서 얼마만큼이나 큰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걸까. 가족과 가정에 대한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갖는지와 별개로 태어나서 독립 전까지 피부로 공기로 적어도 유년까지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형성되어가는 인생들. 나는 이제 그 유년으로부터 멀리 와 있고, 나의 뿌리, 나의 줄기에 대한 관점과 생각은 이젠 내게 달린 셈이다. 내게 버튼이 있고 선택은 내게 달렸는데 나는 여전히 정답을 모르는, 아니 알면서도 누르지 못하는 망설이고 불안해하는 아이인 것만 같다.




2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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