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남편과 아가랑 다같이 이불 위에서 뒹굴거리다 도서관에서 빌려 온 사노요코의 백만번 산 고양이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21개월 아가에게 읽어주기엔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이불 위에 누워 뒹굴거리며 귀는 쫑긋하는 듯 책읽는 소리에 집중해주는 아가. 오늘 하루도 신나게 노느라 고단했는지 어느새 8시도 안되어 잠이 든다. 아가는 잠들었지만 소리내어 계속 읽어나갔다. 고양이가 처음 울던, 백만번이나 울던 그 날의 장면을 보며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죽으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는 사람이 될까. 다시 태어나지 않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사는 생에 미련이 없을만큼. 그건 아마 생을,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 자에게 주어지는 특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