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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준 Aug 21. 2022

나의 쓸모

나의 첫 플로깅 ; 세상에, 사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몇주 전 처음으로 플로깅이란 걸 해보았다.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플로깅. 늘 해야지, 해봐야지 마음은 있었는데 실천은 않고 있다 드디어 해본 것이다. 인터넷으로 대형 집게를 주문해놓은지는 꽤 되었는데 정작 밖에 나가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마음 먹은 그날 아기 등원 시킨 후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창피할 일도 없는데 괜히 사람들 안 보이게 기다란 집게를 쭈뼛쭈뼛 살짝 뒤로 숨겨가며 한 손엔 봉지를 들고 집 근처 산책로로 향했다. 새카맣게 흙 묻은 패트병, 과자봉지, 담배꽁초 등 하나하나 집어서 봉지에 하나하나 담아본다. 이 기분은 뭘까. 정확히 모르겠지만 맘 안에 무언가가 작게 차오른다. 묘하게 몽글몽글해진 감정 그대로 안고 계속해서 집게질을 해본다. 5분 10분도 되지 않았는데 봉지가 벌써 가득 찼다. 꾹꾹 눌러담아 짧게 한 20분 정도 했던 것 같다.



 


스무살 때 다친 무릎 때문에 오래 걷질 못한다. 그런데 작정하고 공원에 산책하러 가면 10분만 지나도 무릎에 통증이 있는데 대형마트 같은델 갔을 때는 1시간을 돌아도 덜 아팠다. 어느 순간 궁금했다. 왜 그렇지? 생각해보니 마트에서는 계속 걷는 게 아니라 조금 걷다 구경하고, 카트에 담고, 또 천천히 구경하고 물건을 집어 선 채로 고민하고 또 조금 걷고, 이 행동의 반복이어서 덜 아픈가 싶었다. 그 생각하다 갑자기 플로깅이 떠올랐다. '걷다가 줍다가 하면 무릎이 덜 아프게 운동할 수 있겠다!'  처음 플로깅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 결코 이타적인 이유가 먼저는 아니었다.


가끔 길가다 또 버스에서 어르신들 짐을 들어드리기도 하고, 가게 앞 입간판이 쓰러져 있으면 세워놓고 가고, 누군가 길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드리기도 한다. 이것도 이타적인 이유보다 그냥 '놀리니 뭐해, 손 있고 발 있고, 지금 시간이 되고,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이 정도 마음으로 하게 된다. 어쨌든 이런 사람이지만, 계기는 이랬지만, 누군가에게, 세상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기분은 꽤 좋았다.


막연히 오래전부터, 요 몇년 전부턴 좀 더 뚜렷하게 세상에, 다른 이들에게 뭐라도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직접적으로 대면 봉사활동도 하고싶고, 훗날엔 나처럼 등록금이 없고 준비물 살 돈도 없어 힘들었던 어린 친구들 위해 금전적으로도 도와주고싶기도하다. 늘 맘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돈도 넉넉치 않고 대면 봉사는 육아에 시간이 많지도 않아 (이 모든 것들이 핑계이겠지만) 미루기만 하던차였다. 게다가 이십대 때 잠깐 장애우분들 산수 가르쳐주는 봉사를 했었는데 수업 시간 외에 연락이 와 개인적인 사연, 하소연을 토로하는 분들이 몇몇 계셨다. 그릇이 작은 내겐 그게 힘들고 부담스러웠었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지금은 조금 더 지혜롭게 대처하고 봉사하는 법을 익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도 마찬가지로 대면봉사에는 용기도 시간도 내기 어려운 그런 사람인거다.


하지만 도움주는 사람이 되고싶다는 작은 바람을 자꾸만 미루는 것도 답이 아니었다. 나중엔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나중에 할 수 있는 것, 하고픈 것은 그때 하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것, 하고픈 것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하자!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주 작은 일이라도.


더불어 거창하게 '도움주는 사람' 되는 게 당장 어려우면 세상에 피해 끼치는 일이라도 줄여보자는 생각도 들었다. 그 방법 중 가장 먼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환경' 쪽이었다. 그냥 분리수거 꼼꼼히 잘하기, 친환경 물품 쓰려 노력하기, 일회용품 적게 쓰기 같은 사소한 것들. 이런 것들이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손쉬운 '세상에 도움되는, 피해 덜 주는 사람되기'의 방식이라면 플로깅은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금 용기가 필요했지만 좋았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는 법 한가지를 더 알아낸 것만 같은 기분.. 앞으로도 가끔 종종 할 것 같다.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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