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준 Mar 24. 2023

'과연 나는 그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다른 집 엄마들 교육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많아질 때



아이가 한 살 두 살 커가면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기 바빴던 신생아 때와 달리 ‘학습’적인 부분에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수십, 수백만원짜리 교구를 구입해 아이와 체계적으로 놀아주는 엄마, 엄마표 영어, 미술 등을 살뜰히 해나가며 부지런히 아이에게 새로운 걸 체험하게 해주는 엄마, 문화센터나 사설 영유아 수업 기관에 주기적으로 데려가 아이에게 다양한 학습의 맛을 보여주는 엄마. 그들을 온오프로 접하곤한다. 그럴 때면 괜히 조급해지는 마음이 든다.



놀이터에서 매일 흙 만지고 동네 산책하다 마트가서 하드나 하나씩 사먹는 나와 우리 아가를 생각하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어 마음이 왠지 쫄리는 기분이다. 이런 불안한 맘은 육아를 하는 동안 꽤 자주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밀곤 했다. 돌도 되기 전부터였지. 아니, 돌이 뭐야. 태교하던 임신 때부터였을까.

아주 어린 영아 시기 때부터 학습과 교육에 대해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나와있다. 처음엔 그 많은, 좋아보이는 것들을 다 해주지 못하는 우리의 형편에 아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곤했었다. 돈만 문제인 게 아니였다. 돈 많이 들지 않는 흔히 말하는 ‘엄마표 ㅇㅇ’도 자주 해주지 못하는 나의 저질체력과 에너지를 탓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아이 교육에 어느 정도는 그래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

아기가 잠을 잘 때, 낮에 어린이집을 갈 때, 나는 최소한의 집안일,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고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주로 책을 읽고 신문도 보고 가끔 뭔가 끄적이며 그렇게 지낸다. 어느날 문득 그런 내 생활을 돌이켜보다 나는 아이에게만, 아이 교육에만 오롯이 신경쓰며 지낼 수 없는 인간임을 자각했던 것 같다. 비싼 교구를 못 들인다고, 바지런히 아이를 위해 뭘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애초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집이 돈이 넉넉하더라도, 내가 아이를 교육할 체력과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나는 다른 많은 엄마들만큼 아이에게 올인하지는 못할 사람이었다. 나란 사람은 아이에게만큼이나 나 스스로한테도 관심이 참으로 많아서, 아이가 잘 커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만큼 서른 후반을 달리는 나 은주도 잘 성장하고 싶어서, 생각이 많고 고민이 늘 많다.


나의 눈과 마음이 다른 어떤 엄마들만큼 24시간 아이에게 향하지는 못하지만, 이것 저것 많이 해주지는 못하지만 '무얼' 해주는지만큼 '어떻게' 해주는지 또한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늘 잊지 않으려한다. 뛰어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가와 매일 같이 바깥놀이를 하고 잘 먹이고 깨끗이 씻긴 후 도란도란 책으로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하고 가끔 자그마한 교구 하나로 집중해보기도 하고 밀가루로 미역으로 만지작거리며 촉감놀이도 하면서. 그저 즐겁게, 뭘하든 행복하게.





'내일도 엄마랑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마트가고 할 우리 아가. 너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임을 늘 기억하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려 노력할게. 남들 다 하는 것들 많이 못해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못 된다면, 그래도 뭐 어때. 네 기억 속에 엄마랑 신나게 웃으며 놀았던 일들, 넘치게 많으면 된 거 아닐까. 그러면 엄마 생각엔 너가 훌륭한 사람은 되지 못해도 꽤 괜찮은 어른으로 자랄 것 같은데. 미안, 너 교육 많이 신경 못 써주는 대신 합리화, 핑계(?!)가 참 길지. 그냥, 많이 많이 웃겨주고 사랑해줄게 !! 그건 엄마가 자신있거든.'

작가의 이전글 죽음은 가볍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