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하기에는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기초
보기에 간단하고 기초적인 것들이 만들기엔 가장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오일소스 파스타의 기초인 알리오 에 올리오(aglio e olio)가 그러한데 이 요리의 레시피를 찾아보면 대개 마늘 볶던 올리브유에 삶은 면을 넣고 잘 섞어서 내놓는 정도로 써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요리를 했다간 높은 확률로 따뜻한 기름에 절인 면을 먹게 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 단순해 보이는 파스타의 완성도를 좌우할까. 크게 소스 에멀전을 만드는 능력과 파스타의 익힘 정도를 조절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첫 번째로 말할 에멀전은 쉽게 말해 기름과 물을 섞는 것이다. 기름은 물에 섞이지 않지만 유화제를 동원하면 어느 정도 섞는 것이 가능하다. 파스타에 쓰이는 대표적인 유화제는 치즈, 버터, 빵가루 등이 있다. 그리고 파스타 삶은 전분기 있는 물(면수)도 에멀전을 위해 꼭 넣어야 할 재료이다. 에멀전이 잘 된 소스는 그 자체로 걸쭉한 점도를 갖게 되어 면과 한 몸처럼 붙어있게 된다.
두번째는 파스타의 익힘 정도이다. 대개 알 덴테(al dente : 치아)와 알 끼오도(al Chiodo : 손톱) 상태에서 면을 건져 팬에 옮긴 뒤 소스와 섞게 된다. 알 끼오도가 알 덴테보다 덜 익은 상태를 말하며 얼만큼의 익힘 정도로 먹을 것이냐에 따라 팬에 옮기는 시점이 다르다. 나처럼 집에서 마음대로 해 먹는 경우는 취향껏 정하면 된다. 어쨋든 약간 덜 익힌 상태의 파스타를 팬에 옮겨 소스와 섞어 줘야 면이 소스를 빨아들여 맛을 내게 된다. 만약 면을 너무 푹 익혀 섞으면 면과 소스가 따로 놀 것이고 반대로 너무 덜 익혀 섞는다면 먹는 사람이 불평할 것이다.
이렇게 잘 유화된 소스와 약간 덜 익힌 파스타 면을 팬에 넣고 열심히 흔들어가며 섞으면 팬 위에서 면이 마저 익으며 걸쭉한 소스와 한데 합쳐져 잘 요리된 파스타 한 접시가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오일파스타는 대개 국물이 흥건히 남지 않아 숟가락도 필요 없이 포크 한자루 만으로도 다 먹을 수 있다.
알리오 에 올리오는 이처럼 "마늘 향을 입힌 올리브 오일에 삶은 면을 잘 섞어 완성한다"는 심플한 레시피의 기초적인 오일소스 파스타지만 실제로는 위 내용처럼 만들면서 생각하고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제 점심에 이 요리를 만들어 먹으며 어떤 분야든 기초는 소홀하기 쉽고 간단하다 업신여길 수 있지만 그걸 제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문득 생각이 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