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톤짜리 쇳덩이를 타고 하늘에서 무사히 내려올 수 있는 이유
플레어(Flare) 라고 하면 여성분들은 하늘하늘한 플레어 스커트를 떠올리실 테고 군사장비 애호가들은 전투기에서 뿌리는 엄청 뜨거운 기만체를 떠올리실것이며 프로레슬링 매니아는 찹을 기가 막히게 때리는 릭 플레어(Ric Flair)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공기 애호가라면 착륙시 수행하는 기동을 떠올릴 것이다. 오늘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플레어는 마지막 것이다.
랜딩 플레어(Landing Flare)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 엔진 스로틀을 아이들(idle)로 둔 후 기수를 치켜들어 강하율을 낮춰 부드럽게 접지하는 기동을 말한다. 여러분이 익히 떠올리시는 여객용 항공기들은 마지막 활주로 접근 단계에서 대개 120~140노트(220km/h ~ 260km/h)로 3도의 강하각을 유지하며 지면에 내려오게 된다. 이것을 fpm(feets per minutes: 분당 강하율을 피트로 나타낸 단위)으로 따지면 약 600~700fpm정도이며 미터법과 초속으로 환산하면 초당 약 3미터의 속도로 바닥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현역 초대형 여객기 중 하나인 에어버스 A380은 보통 300톤 정도의 무게로 땅에 내리게 된다. 이정도 중량의 쇳덩이가 하늘에서 초당 3미터 속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다면 과연 안에 탄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앞에서 말한 플레어를 수행하면 지면에 이르기 직전 강하율을 약 50~200fpm(0.25 ~ 1.0m/s) 까지 줄여 무사히 내릴 수 있다.
말하자면 플레어는 날고 있는 상태의 항공기를 땅에서 구르는 상태로 부드럽게 전환시키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무게, 속도, 공항의 기상상황 등에 맞추어 최적의 플레어 동작을 수행하는 일은 안전하고 편안한 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빗대어 생각해보면 인생에서도 플레어를 수행해야 할 때가 더러 있다. 사람은 살아가며 여러가지 난관을 겪게 되는데 이때 발생할 스트레스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행동을 취하게 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린다면 그대로 추락하겠지만 적어도 해결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나마 한하면 그것이 비록 경착륙(hard landing)일지라도 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인생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수행해야 할 플레어 기동이 아닐까.
만약 지금 당신이 인생의 어려움에 좌절하기 직전이라면 그대로 포기해 추락하지 말고 어떤 요령으로 플레어를 수행하여 최소한의 충격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하늘에 떠 있는 300톤짜리 쇳덩이도 무사히 땅에 내려올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