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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두 달의 공백

2016년은 굵직한 일이 많았다.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그들 역시 대부분 알중이었다. 애초에 나라를 잃은 사람들인양, 마시고 먹는데 주저함이 없는. 즐거웠다. 술친구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이다. 아무리 많은 술도 결국 부족해지는 것과 같다.


한 해를 돌아보는 건 보통 마음속으로만 하는 편인데, 올해의 특별했던 두 달은 남겨야할 것 같다. 3월에 건강검진을 빡세게 받고 태국 여행을 갔다왔다. 유달리 환절기가 길었고 공기또한 엉망이었던 그 봄에. 그 여파로 환절기의 알러지성 비염이 도지고 지속됐으며 연신 코를 풀어대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중이염에 걸렸다. 본의아니게 두 달 여의 라마단이 시작된 것이다.


귀에선 계속 고름이 나오고, 고막이 녹아 한 쪽 귀가 안들리는 와중에 금주의 효과는 놀라웠다. 피부는 심각할 정도로 좋아지고 간도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자주 보는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관찰되는 변화에 놀라고, 가끔 보는 사람들은 어저께 까지 주라기였던 세계가 오늘 백악기가 된 양 경탄했다. 온갖 주사 이름들이 거론되던 연말, 나는 진심으로 그들의 귀에 중이염을 유발하는 세균을 주입하고 싶었다. 어떤 주사보다 강제 금쥬의 효과가 직빵이다.


고막이 녹아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M83내한을 놓친 건 그래서 지금도 통탄스럽다. 비단 공연 뿐 아니라 평소의 음악 감상 생활도 송두리째 바뀌었다. 록, 일렉트로니카 등을 아예 듣지 못했다. 클래식, 재즈를 주로 듣고 틀어 놓았다. 평소에 능동적으로는 듣지 않았던 소울과 R&B도 많이 듣고 틀었다. 평생 들었던 그 시대의 그 쪽 장르보다 이 두 달 동안 들은 게 훨씬 많다. 새로운 경험이요, 발견이었다.


하지만 그 두 달동안 새로운 음악을 체크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남자들이 군대다녀와서 예전처럼 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는 내 생각에 하나다. 공백 때문이다. 언어나 운동과 마찬가지로 감각도 공백이 생기면 잊혀지고 무뎌지기 때문이다. 몇 달 술을 끊었다가 마시면 처음엔 예전처럼 못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은 공백을 메꿨느냐, 하면 자신있게 그렇다고는 못말하겠다. 올해 대중음악상 1차 추천을 하면서 예년보다 오랜 시간과 고민을 했다. 그 이유가 그거다. 이 내적 공백, 그리고 외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좀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칼럼으로 정리해두겠다.


새해에는 일을 더 많이 해야한다. 잔고가 갑자기 심각해져 망연자실해졌다. 자괴감이 들었다. 남 탓, 세상 탓을 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을 것이다. 최소한의 부지런함을 더하고, 좀 더 묵직한 책임감을 얹는 2017년을 살아야겠다. 아니, 살아야한다. 여기 더하여 도그마로부터 더욱 벗어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과연 2017년이 우리에게 복이 될지, 또 하나의 시련이 될지, 더더욱 수렁에 빠져들게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세계에서는 지금보다 즐거운 한 해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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