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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빙어니언 Aug 04. 2021

영어에서 발견한 칭찬에 답장하는 방법

용기에 칭찬에 사랑을 더해서(feat. 라붐)

영어의 시작

일곱살이 되던 해였다. 영어 과외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엄마에게 조르고 졸라 결국 그룹 과외로 친구 두 명과 함께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첫 영어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 오늘 첫 수업이니까 알파벳 송 불러볼까?


친구들과 나: A B C D E F G H I ~


여담이지만, Z가 마지막 알파벳인 것을 몰라 세 번 이상 연이어 부른 나머지 선생님이 그만하자고 하신 기억이 난다.

마냥 재미있을 것만 같았던 영어수업은 하루 150개 단어 외우기, 문법 공부, 발음 연습 등 숙제가 늘어남에 따라 스트레스 가득한 시간이 되었다. 단어를 외우고 숙제를 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영화에 나오는 영어를 알아들으면 신기했고 스스로가 대견했다. 영어를 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동경'의 감정을 느꼈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미국에 발을 딛다

영어를 비롯해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스트레스가 공존했던 중학교 시절, 나는 운 좋게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익숙한 것들로 가득한 환경을 떠나 너무나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TV를 보는 것이었다.

남는 게 시간이니 TV에서 흘러나오는 본방송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의 재방송까지 모두 챙겨보았고 결국 대사를 외우는 지경까지 되었다. 이를 통해 대사가 나오는 타이밍까지 맞추는 능력이 생겼고, 이는 곧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무찌르게 해주며 놓쳤던 부분을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언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언어를 통해 더 넓은 사고와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드라마 대사를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 영어라는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지금부터 몇 가지 그 예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1. 엘리베이터 안, 처음보는 남자와 여자가 나누는 대화에서]

 

남자: How do I look? I'm about to propose to my girlfriend.


여자: She'd be a fool to say no. Good luck.


이 대사를 드라마에서 봤을 때, 생전 처음 본 안면식도 없는 이에게 '저 오늘 어때요?'라고 묻는 미국의 문화가 신기했다. 이웃에게도 목례 정도만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에 익숙했던 나는 언젠가부터 적막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의 베스트 프렌드인 에어팟만 찾았다. 낯선 이에게는 당연하게도 말을 걸지 않았는데 드라마 속 두 인물이 서로 처음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친구에게 얘기하듯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대답하는 모습이 신성했다. 그들의 모습이 내게는 용기있는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이다.


'저 오늘 어때요?' 라는 그의 질문에 여자는 "그녀가 프로포즈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녀가 바보에요' 라고 한다. 보통 우리나라라면 이런 질문에는 '잘생기셨어요' 혹은 '프로포즈 꼭 성공하세요!'라는 답변을 하는데, 프로포즈를 안 받아들이면 '그녀'가 바보라고 얘기하다니. 용기있게 얘기한 남자의 질문에 여자가 또다른 용기를 심어주는 답변처럼 느껴졌다. 그녀가 프로포즈를 안 받아들이면 그녀가 바보인 것이고, 프로포즈에 예스라고 답하면 똑똑한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2. 회사에서 어제 산 셔츠를 처음 게시하는 날]

직원1: I love your shirt


직원2: You made my day!


상대방의 칭찬으로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던 적이 무척 많은 감성적인 내게, 직원1의 대사는 나에게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패션에 관심있으면서 없는 척 하는 나는 옷을 구매할 때 촌스러워 보이거나 뚱뚱해 보이는 건 아닐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격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 구매한 다음 입는 셔츠이기에 직원 1의 칭찬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직원2가 예쁘다고 칭찬해주는 직장 동료의 말 한마디에 셔츠를 앞에 두고 고민했던 것들이 사르르 녹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직장 동료 덕분에 하루가 행복해진다는 표현을 'You made my day'라고 표현한 모습이 참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직원 1과 같이 이야기 했다면, '감사합니다' 혹은 '00님 귀걸이도 정말 예뻐요'라는 잘 짜여져있는 대답으로 칭찬이 되돌아왔겠지만, '당신의 칭찬으로 하루가 완성된 것 같아요'라고 답하다니. 그 말을 들은 직원1도 그 순간만큼은 흐뭇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3. 부부의 통화 속에서]

  

와이프: (ring) (ring) Hello, love


남편: Hi sweetheart, did you pick up the kids?


러브. 우리나라 말로 사랑이다. 아마 영어 단어 중 제일 먼저 배우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이 'Love'가 아닐까 싶다. 이 단어가 미국에서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대신해서 쓰이고 있었다. 좋아하고 소중한 마음이 담긴 단어 '사랑'을,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남편/와이프를 사랑이라는 애칭으로 부른 이 말이 따뜻하면서 한 없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이외에도 sweeheart, darling('소중한' 이라는 뜻을 지닌 dear 어원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honey, cutie pie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한국의 감성으로는 살짝 민망할 수도 있는 표현들이 영어에서는 자유자재로 상대방을 지칭하는 단어이자, 호칭으로 활용되는 점이 신선했다.


사양의 미덕 대신 칭찬을 온전히 받아보는 연습

위 예시를 보면 용기있는 질문에 또 다른 용기를 심어주는 답변을 전했고, 셔츠가 예쁘다는 칭찬에 그 칭찬 덕분에 하 루종일 기분좋을 것 같다는 뜻의 또 다른 칭찬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사랑(love)이라는 표현에는 다정한 마음(sweetheart)이라고 서로를 부르며 일상을 이어간다.


이러한 표현이 참신하다고 느낀 배경에는 나의 평소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항상 칭찬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황하곤 했다. 블라우스가 예쁘다는 상무님의 칭찬에 당황하면서 넘어간 적도 많았고, SNS에 잘 나온 사진을 올린 후 '분위기 있다~', '진짜 예쁘다!'하는 지인들의 댓글이 달릴 때마다 어떻게 답글을 달까 고민한 적도 많다. 때문에 영어 대사 속 '센스 있는 '표현들이 정말 멋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론 한글에도 아름답고 멋진 표현들이 많다. 다만 주어→목적어→동사가 아닌 영어에서의 주어→동사→목적어 순의 문장 구조부터 새로운 표현의 방식, 조합 등이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나를 자극했다. 어릴 때는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얻었는데, 나중에 배려 깊은 표현들을 배우면서 이제는 영어가 좋아 매일 미드 혹은 영화를 틀어 놓고 잘 준비를 하기에 이르렀다.


영어가 자신없어도 괜찮으니 오늘 밤은 영어 자막과 함께 미드를 보는 건 어떨까. 생각보다 쉬운 조합에, 쿨하면서 찌질한 드라마 주인공들의 성격에 한 번 더 반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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