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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빙어니언 Nov 19. 2021

나.. 지금 썅년기를 보내고 있는건가

마음만큼 형편없는게 또 있을까

'불안'을 참 많이 느꼈던 요즘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고, 운동을 해보고, 짜증을 부리고, 다른 생각을 하려 노력해봐도... 불안이 항상 내 곁에 머물어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내가 왜 불안해 하는지, 불안의 출처는 무엇인지, 불안이 없으면 평온함에 오는 새로운 불안은 없을지 고민했다.

수많은 생각 끝에 얻은 답은 내가 겪은 트라우마를 바탕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이 다가올까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누리고 있는 소중한 인연, 애증 가득한 회사에 출퇴근,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가족 등 이 모든게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내 마음, 감정, 자아가 무너질 나를 너무 잘 알아서 무서운 감정을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잃을게 많아 불안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눈물이 많아지고, 심장박동이 자주 들리고,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위로를 갈구하고 있던 내가 중요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걱정, 불안, 노력, 마음가짐, 트라우마가 미래를 위해 나를 푸쉬하는 것이라고.

어쩌면 누구든 조금씩은 망가져야 다음으로 넘어가고, 새로운 트라우마를 맞이하고, 극복하고... 그렇게 나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안이 뭐라고, 참 이딴게 뭐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막상 나는 수많은 아픔을 견뎌왔고, 뒤돌아보면 정말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들이 정말 많으면서도 다음 아픈 날들을 걱정하는 내가 싫었다.

한 강의에서 [여자는 사춘기와 갱년기 사이에 '썅년기'를 지난다]는 메시지를 본 게 기억났다.

불안을 이겨내 가는/버텨내는/사랑하는 시기가 혹시 '썅년기'는 아닐지 생각이 들었다.

이너피스를 위해 엄마에게 밥 먹을 거 없냐고 투정도 부리고, 남자친구에게 섭섭하다고 이야기하고, 회사 동료에게 실망한 모습을 비추고... 이런 내 자신이 싫고.

(강의 내용은 애매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추천한다!)


나의 불안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 있어 없애려고 하는 생각은 없다.

불안이 없을 때의 또다른 불안이 있을 것이고, 학창시절 시험볼 때는 그 불안이 있어야 내가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 불안을 즐기기로 했다.

그저 썅년기를 보내되 어떤 어렵고 아픈 날들이 오더라도 그걸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사람인 걸 불안의 뿌리보다 더 깊숙한 곳에 씨앗을 뿌리려 한다.


그냥 힘든 날이 오면... 그때 힘들어하자

썅년기인 만큼 내 생각을 표현해내고, 때론 침묵하는 지혜도 배우고, 조급 또는 집착하지 말고, 불안이라는 리듬에서 춤 추며 일상을 지내보자.

망치면 어때, 썅년기인데. 그리고  다음은 갱년기일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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