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서 여러 SNS 플랫폼을 살펴보고 있는데 틱톡은 기존의 것들과 꽤 다릅니다. 15초 분량의 세로 영상을 내놓아야 하고, 춤, 노래, 게임, 상황극 콘텐츠가 대부분입니다. 유저들은 10대 여성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기존 관계의 친목을 유지하기 위함보다 불특정 다수 앞에 자신들을 내세우는 것에 익숙합니다. 댓글을 통해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반모(반말모드)' 합니다.
틱톡을 시작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라이브 제안을 받았습니다. 15초, 길어야 1분 분량의 숏폼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틱톡에서 라이브 제안은 솔깃했습니다. 짧고 강렬한 영상에 익숙한 1020 유저들을 적어도 30분 이상 잡아두어야 했습니다. 3월 17일과 19일 코로나19를 주제로 두 차례라이브를 진행했고 직접 참여해보니 신기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1. 10대들도 정보에 목마르다. 불안을 느낄 정도로.
코로나19는 10대들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개학은 4월로 미뤄졌고 그마저도 불투명합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잠시 외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머무는 동안 인터넷, SNS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떠도는 정보들 중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도 많지만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막막합니다. 불안은 커져가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Q&A 라이브 방송 전 미리 궁금증을 받겠다는 영상에 2천 개의 가까이 댓글이 달렸습니다. "수학여행, 체육대회는 어떻게 되는지" "개학이 더 미뤄질 수 있는지" "면 마스크 효과가 있는지" "백신은 개발됐는지" 등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기상천외한 질문은 물론… "퐁퐁으로 마스크를 빨아서 다시 써도 괜찮나요?" "심심할 때 무슨 게임을 할 수 있을까?" "급식 먹을 때 마스크 벗으면 걸리나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소위 '찌라시'에서 비롯한 질문도 꽤 많았고요. "따뜻한 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죽나요?" "여름방학 진짜 취소되나요?" "추워서 코로나가 생긴 건가요?"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 투성. 한쪽에서는 이렇게 코로나19 관련 정보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큰 데, 그동안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대로, 그러니까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말입니다. 청소년이 느끼는 막연한 공포감은 어른보다 훨씬 더 할 텝니다.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 얻는다면 불안을 덜어내는 데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 Q&A 라이브를 진행하면서도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질문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방송에서는 확인된 사실만 전달하며 "아직 모른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수준에 그친 답변도 많았지만 참여자들은 그 자체로 궁금증을 해소했고 불안함을 덜었다고 말합니다.
2. 청정하고 따뜻한 댓글. 덕분에 마음이 정화됐다.
SNS나 포털, 커뮤니티 등 각 플랫폼과 채널마다 댓글의 톤 앤 매너는 미묘하게 다릅니다. 주사용층의 연령, 정치적 성향, 익명성, 플랫폼의 용도(친목용, 웹서핑용 등)나 콘텐츠의 형식(글, 영상, 사진 등)에 따라 결이 달라집니다. 거친 말이 오가는 곳도 있고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인을 태그하며 안부를 주고받거나 생판 모르는 사람과 토론하는 곳도 있습니다. 틱톡에서도 언급한 여러 양상이 섞여서 나타나는데,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청정하고 따뜻하게 소통한다는 점입니다.
틱톡을 모니터링하면서 몇 번 '아하!'적 모먼트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댓글입니다. 물론 틱톡에서도 악플이 있습니다. 그런데 악플에 대한 유저들 간에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것은 색다른 점입니다. 악플에 저항하는 대댓글이 달리고 "악플에 상처 받지 말아요. 악플을 달지 마세요"라는 댓글이 '하트'를 받습니다. 유명 크리에이터의 계정에서도 일반인의 계정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 번은 상위 노출된 "악플 금지" 댓글을 보고 도대체 무슨 악플을 달았길래하며 한참 스크롤을 내렸지만 끝내 찾지 못해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순수하니 이들이 쓰는 댓글도 순수합니다. '마스크 기부 릴레이'를 다룬 영상에서는 "저도 기부하고 싶은데... 엄마가 하지 말래요ㅠㅠ흐엉ㅜ 나중에 몰래 가서 기부해야지" 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고마워요" "힘내요" "대한민국 화이팅" "사랑해요" 등등 댓글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라이브를 진행하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답변을 재촉하는 댓글만 올라와도 "기다립시다" "질문 더 올리지 마세요"하며 서로 또 다른 소통을 나눴습니다.
언니가 미안해...
※ 고유정 1심 무기징역 소식이 전해진 날, 틱톡에서 '무기징역'의 뜻을 설명하겠다며 "사형 다음으로 가장 센 벌입니다"라고 촬영을 마친 뒤 영상을 올렸는데, 댓글에는 "사형이 뭐예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차. 제가 감히 동심을 파괴하려 했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3. 평일 낮 2시, 동시 접속자 2천7백. 평일 저녁 8시, 동시 접속자 1천.
교육부가 개학을 3차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당일, 유은혜 부총리의 브리핑을 틱톡에서 라이브로 서비스했습니다. 첫 라이브였는데 시청자 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몇백만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의 라이브보다 더 높은 시청자 수이기도 했습니다. 개학 연기 발표 순간, 우르르 쏟아진 외마디 비명은 무척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틱톡 주 사용자들에게 워낙 관심이 높았던 주제이기도 하고 또 푸시 알림 등의 '부스터'도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시청했습니다. 동시간대 같은 라이브를 진행한 유튜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초반에 틱톡이 우세하다 유튜브가 역전했습니다.) 평일 저녁 8시 진행한 코로나19 Q&A도 1천 명 가까이 시청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이야기로 10대 유저들을 30분 이상 잡아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걱정했으나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SNS 플랫폼에서 새 기능이나 서비스를 적용하면 모니터링하는 것도 제 일입니다. 우리 채널에서 진행한 라이브 말고도,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진행하는 다양한 라이브도 틈틈이 챙겨봤는데요, 나름 성과가 있었습니다. 짧고 강렬한 영상에 익숙한 유저들은 왜 긴 시간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을까?숏폼이라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크리에이터-유저 간 소통이 호흡이 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겁니다. 송출 딜레이로 인한 시간차가 5초 정도 발생하는 것에 비해 댓글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 라이브 다시보기가 남지 않는 점, 크리에이터와 주제별 편차가 꽤 크다는 점, 기타 운영 상의 이슈는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아직 한 차례 라이브가 남았습니다. 방송 직무 진로탐색 멘토링을 오는 25일(수) 저녁 8시에 진행합니다. 틱톡과 뉴스의 조합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미지의 영역입니다. 워싱턴포스트의 컨셉, NBC의아이템 선정은 늘 좋은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일하면서 지속 가능한 뉴스 X 틱톡 콘텐츠, 그리고 명확한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보와 뉴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이라면 무엇이든 실험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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