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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lerie Lee Dec 10. 2022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책을 읽는 이유

이야기 예술 소비의 가치

나는 "이야기 하는 법", 또는 "스토리텔링" 의 예술을 전공했다. 지금도 그 전공을 택한것에 일말의 후회는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행위를 삶에서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틈만 나면 요새 드라마를 보거나(특히 미드나 독일 시리즈물) 다큐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데 99%의 시간을 쓰고 있다. 정말 꼭 해야할 일을 빼놓고 모든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렇게 청춘을 티비앞에서 영화랑 다큐 드라마를 보면서 보내도 괜찮은걸까?"라는 의문, 두려움이 불쑥 찾아온다. 삶은 유한하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고, 어느덧 서른이 된 지금 나의 시간은 그 어느때 보다 큰 값어치가 있다. 내 몸은 건강하며, 정신은 맑고, 사회에 대한 이해도 어느정도 있다. 지금이 그야말로 내 삶의 전성기를 누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이며, 가장 "Hustle(열심히 살다)" 해야 할 나이이다.


고로 내가 영화랑 드라마를 보는 일이 나에게 어떤 생산적인 가치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사실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시간을 좀 줄이는것이 맞다. 하지만 목마른 사슴이 우물을 찾듯, 나는 지금 이야기라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그 말 인 즉, 이야기가 제공하는 어떤 가치를 나는 계속 갈급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적어도 나는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대화를 나누거나 명상을 하는것 같은 효과를 얻는것 같다. 내가 어떤 인물에 몰입하고 그의 상황에 몰입하는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자신과 환경에 대한 것들을 알아차린다. 어떤 캐릭터의 어떤 모습과 행동들은 나 자신에 대한 수치스러운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캐릭터의 어떤 상황은 예전에 내가 처했던 상황과 비슷하고, 그 상황을 내가 스크린에서 다시 마주쳤을때 지금의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차린다.


즉 이야기라는 매개체를 통해 나는 명상과 내면의 대화를 이어간다. 나 자신을 마주하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탐험하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어두운 면과 나의 욕망을 마주하기도 한다. 잠자던 연애세포를 깨워주기도 하고, 잠들었던 열정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리고 분명히 나는 일방적으로 스크린을 보고 있는것인데, 스크린속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한것 같은 착각 아닌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 가상의 인물들은 때론 우리 주변의 실존 지인이나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요즘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에 거의 파뭍혀 시간을 보내는것은 그만큼 양질의 대화와 관계가 그리워서일것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어떤 진실되고 진솔하며, 깊은 대화와 관계가. 때론 가장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외로움과 이질감을 느끼고 그 어떤 대화도 불필요하다고 느낄때가 있는게 인간이지 않나. 그래서 인간은 끊임없이 이야기 예술을 소비하고 만들어 내는것 같다. 아무리 비슷비슷해 보여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와 이야기가 전달해주는 가치를 필요로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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