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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번역대학원, 육아 병행하고 있습니다만...

대학원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벌써?


3살, 4살 연년생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텍스트로 휘리릭 적당히 써서 표현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니 모든 육아 속에는 인간의 희노애락, 그러니까 모든 종류의 감정이 다 들어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다를 넘어서 희생을 필요로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의 인생,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한 일이라고 멋지게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괜히 욕 들어 먹을까 봐 굳이 하지는 않지만… 사실 평상시에는 주변인에게 육아가 힘들다고 투정을 좀 많이 부리는 편이다. 그것부터 조금 줄여봐야 하려나… 대한민국의 저출산에 일조하고 있는 1인으로써 조금 부끄럽다.


“아~, 이번 다가오는 연휴에는 또 뭐해야 하나?”

“오늘 또 애들이 말을 안 듣네요. ㅠㅠ 에휴…”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가 있다. 아이들이 곧 잘 죽이 맞아서 까르르 웃거나 가끔이지만 서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작년)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나 스스로와 주변인들에게 저절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힘들면서도 그 안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 거지. 아이들이 주는 행복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


그렇게 아이들이 엄마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에 선뜻 나서서 ‘엄마의 공부’, ‘엄마의 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내가 다니는 통번역대학원은 지방에 소재하고 있으며 ‘야간’에 수업이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바쁜 시간을 꼽으라면 단연 ‘등원 준비 시간’과 ‘저녁 시간’이다. 저녁에는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밥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밥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빨래 개고…  헉헉.. 여기까지만 일단 해야겠다. 도통 엉덩이 붙일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 저녁시간에 엄마가 부재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튼 온갖 걱정과는 별개로 입학시험도 무사히 합격하고 학기가 시작되었다.


사실 친정 엄마는 힘들어서 혼자서 애들을 도저히 못 봐주겠다며 대학원 진학을 결사반대하셨지만 난 기어이 대학원에 붙어서 학비까지 내버렸고, 결국 친정 엄마는 내가 학교 가는 시간 동안 아이들 케어를 해주기로 약속하셨다.


환갑이 넘은 여성이 연년생 어린아이 둘을 보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놀이’만 전담해줄 선생님을 찾아보기로 했다. 비용이 나가더라도 어떡하냐… 대학원 스케줄에 맞춰 일단 뭐든 다 동원해보기로 했다.


코로나로 첫 2주는 비대면 수업이었고 3주 차부터는 대면 수업이 실시되었다. 학교에 대면 수업을 들으러 가기 며칠 전 떨리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시터와 연결시켜주는 앱을 설치하고 신중에 신중을 더해 ‘좋은 시터’를 찾았다. 아직 외벌이인 상황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그래, 졸업해서 나가는 비용의 곱절을 벌면 되는 거 아냐?”

이 정도 호기로움은 있어야 일을 해낼 수 있지! 일단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일을 벌였다.



아직 1학기라 학교 가는 날은 주 3회 정도라서 크게 부담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들도 엄마가 없는 시간에는 대학생 시터 분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친정 엄마도 나 대신 살림과 육아를 도와주시느라 힘드시지만 “벌써 1학기가 끝이라고?”하면서 깜짝 놀라시는 눈치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만큼 내 영어 실력은 별로 늘지 않은 것 같아서 슬프지만 우리 가정은 엄마의 부재에도 별 타격 없이 잘 흘러가는 모양새다.


남편은 어떨까? 회사 퇴근 후 아이들은 절대 아빠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 나도 회사 다닐 때 퇴근하고 나면 개피곤한데 남편은 어떻겠어? 이런 생각이 항상 들어서 미안할 따름이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어서인지 최근 체중도 좀 늘고, 회식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 말고는 아직까지는 적당히 버티고 있다.


그래. 다들 기색은 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구나.


이렇게 모든 상황을 통번역대학원에 맞추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내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압박감을 적잖게 받고 있다.


사실 통번역대학원, 연년생 육아하면서 블로그, 브런치까지 하려니 맘 편히 쉴 여유가 없다. 사실 이렇게 에세이를 쓰는 순간도 ^^;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담당 교수님의 “그 시간에 공부하세요”라는 말씀이 문득 귓가에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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