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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Nov 28. 2018

적성에 맞지 않으면 안 맞는대로.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ㅡ 임재영



※아르테 책수집가 1기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그대로의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p58.

사실 '만남' 자체가 이미 나눔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건 시간과 공간을 나누는 것이니까. 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그(녀)는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면서 우리는 공유하면서 공존한다. 게다가 우리는 만나서 '고민'을 나눈다. 고민을 나누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주지 못했던 속마음을.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유의 에세이는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아마도 아르테출판사의 책수집가로서 읽어야만 하지 않았다면 읽었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그런 유의 책이다. '에세이'라는 장르는 참 좋아한다. 누군가의 진솔한 이야기,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그의 깊이 있는 인생철학을 들여다 볼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랄까... 어쩌면 이것은 나의 편협된 색안경에 비롯된 것일 수도 있으나, 정신과의사, 특히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 젋은 정신과의사의 수기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



 일단 깊이가 얕다. 그렇다고 문장이 가다듬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나 책 냈어요'라는 느낌 뿐이랄까. 꽤 알려진 정신과의사 에세이들도 나에게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들의 글에서 인생 전반에 걸친 정말 심오한 정신세계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 이 책 역시 그렇다. 하지만 그저그런 정신과의사 에세이와 비교해서 그나마 다른 것 하나는, ─ '실천적'이라는 것.

 





침묵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소리가 없는 상태입니다.
말을 안 하는 것도
일종의 말하기 입니다.




 과거 정신과 전문 병원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도 꽤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있다. 연륜이 있는 정신과의사 선생님들은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젋은 세대에 있어서만큼은, 솔직히 부족하다는게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그리고 그 부족함에 비해서 지나치게 자신만만하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 같다는 것 역시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내가 봤던 몇몇 경우에서보면, 그런 유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정신적인 전문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를 매도하기가 매우 쉬운 편이었다. 자신이 스스로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지식을 멋대로 잣대로 대고는 상대를 재단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마치 그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이,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아' 다르고 '어' 달라질 것들이었다. 그리고 꽤 많은 경우, 본인의 상태에 대해 꽤 '자만'하고 있어서 상대의 정신에 대해서는 내려다보는 입장이 강했다. 오히려, 정신과에 지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의 정신적 상태를 고치기 위해 갔다는 말도 우스개로 하는데 말이다.(이 책의 저자 임재영씨 역시 그렇다고 밝히고 있듯이 말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약한 정신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인지 뭔지는 몰라도 자신의 멘탈을 매우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약하게 보이고 싶을때만 약하게 보여주려 하지만, 실제로 부딪혀보면 철옹성과 같이 지나치게 강한 경우가 많았다. ─ 물론, 나는 그들이 진료실에서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그런 인상이 강했었다. ─ 정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모든 정신과의사를 평가하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지나친 일반화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저러한 연유로 깊이가 부족한 정신과의사의 힐링 에세이 같은 책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자신이 충분히 역지사지하고 있다는 자만에 빠져,
지금 내가 상대의 말을 듣고 느끼는 감정이
곧 상대의 감정일 것이라고
섣불리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고,
내가 '상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저 가볍게 읽었다. 아르테출판사에서 제공받았다고 해서 책을 무조건 극찬하는 멍청한 리뷰는 쓰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의 출판사를 홍보하기 위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책을 받아보고 그들의 책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실천적'이라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쉽게 갈수 없는 선택을 하고 쉽게 갈수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그러기에 이 책의 저자 임재영씨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당연하겠지만, 문장은 가다듬어 지지 않았고, 단어사용은 단순하며, 감정묘사 역시 미숙하다. 그런 종류의 에세이임을 알고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본인의 경험과 본인의 생각에 대한 글쓰기이므로, 자칫 잘못하면 자만적인 글로 읽히기 쉽다. 그런 자기만족적인 느낌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임재영선생님의 행동하고 실천하는 의료는 박수 받아야 마땅할 것 같다.




 정신과병원의 진료실을 박차고 나가서 거리에서 직접 상담을 해주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문턱을 스스로 낮추어 주겠다! ─ 라는 이상은 좋았음에 틀림없다. 다만 시스템적으로 부족한 점도 많았고, 한계도 많았으며, 협력과 공조가 쉽지 않았기에, 그 성과는 미비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의료행위'와 '상담봉사'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환자 혹은 상담을 받길 원하는 일반인들에게 어디까지 도움이 닿아야하며, 상담자들은 어느정도의 도움을 받길 원해야 하는지 서로 인지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은 든다. 그리하여 다시 진료실로 돌아온 이 책의 저자 임재영선생님 역시, 2년간의 시간이 다소 허무하게 여겨질 정도로 달라진게 없는 정신과 진료실 모습에 약간은 맥이 빠져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단순히 정신과 진료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분야, 여러 사람들의 의식차이와 이해관계, 그로인해 얻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무엇인지  등등의 여러 정의가 다시 재정립되고 그 경계를 분명히 시스템화 하지 않고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부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방대한 작업을 위해서는 관련 모든 파트의 피땀흘리는 협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분명 얻는 게 있어요.
저는 잃는 것들보다 얻는 것들을 더 생각합니다.
인생은 한 순간의 선택으로 좌지우지 되는 게 아니에요.
어차피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죠.
계획대로 살려고 애썼지만,
계획대로 살아지지는 않더군요.





 그렇다고 임재영 선생님의 도전이 무의미한 것인가?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 모방이 되고, 그리하여 그 모방이 새로운 모방을 낳고, 그렇게 해서 좀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면, 그의 작지만 큰 도전은 의미가 있음에 틀림없다. 




 꽤 냉철하게 말해서, 정신과 의사가 쓴 에세이라고 해서 아주 많은 힐링을 하게되거나 커다란 메시지를 얻을 것이라 기대하고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장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수준의 문장력이라고 보면된다. 하지만 ─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행동을 볼 수 있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긍정적인 기운과 긍정적인 모티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티프가 어떤 방향으로 발현될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반드시 이 선생님처럼 거리로 나갈 필요는 없다. 단지 그렇게 열심히 살고, 때로는 무모하게 도전하는 그 과정을 봄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돌아보고 그 방향을 재정립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p112.

상대의 마음을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상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지키세요.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뺏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뺏기는 것도 아닙니다.




p150.

잊는 것은 잃는 것과 같다. 잊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 곧 잃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우리가 가진 것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가지지 않은 것들, 가지지 못한 것들에게 시선을 뺏기느라 우리가 가진 것들마저 뺏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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