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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Nov 08. 2018

당신의 마음의 빈틈을 파고든다.

《보기왕이 온다》 ㅡ 사와무라 이치




※아르테 책수집가 1기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그대로의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가족 간에 생기는 마음의 빈틈이에요.
'골'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에 골이 있으면 그런 걸 부르게 되거든요.





 아르테출판사로부터 두번째 책을 제공받았다. 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나는 뜨아했다. 장르가 호러라니...! 스릴러, 서스펜스 까지도 받아들이겠는데, 호러라니! 영화도 공포영화를 보거나, 지나친 서스펜스물은 피해다니는 나에게, 공포소설이라니! 솔직히 말하면 공포영화도 아주 못보는 편은 아니지만, 절대로 내 의지로 보는 성격은 결코 아니다. 소설에 대해서는 더 엄격(?)해서, 공포물, 스릴러물, 서스펜스물, 판타지물은 웬만해선 보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취향의 문제였다.




 그런데 내 손에 쥐어진 책은 떡하니 공포소설이었다. 살짝 고민했다.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가 ─ .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항상 나의 편협된 취향의 책만 고집했고, ─ 이 부분의 나의 다른 독서리뷰를 읽어보신 분이라면 잘 알겠지만, 나는 베스트셀러도 피하는 성향을 지녔다 ─ 그것이 나의 독서세계를 좁아들게 만들고 있진 않을까, 라는 생각. 그리고 나는 ─ 이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용기를 가지고.



 이 소설에 대한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 안타깝게도 별로 안무섭다. 걱정말고 읽어도 좋다. 내가 지나치게 지레 겁을 먹었던 탓일 수도 있으나, 역시 별로 무섭지 않다. 시각화 되어 있다면 조금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12월에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개봉된다고 하니, 이 이야기를 통한 공포를 정 느끼고 싶다면 한번 그 영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 역시 별로 안 무섭다.



 내가 호러라는 장르의 소설 자체를 처음 접했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약간은 엉성하고 약간은 유치하며, 약간은 오컬트적이다. 아니, 이 부분은 꽤 많이 오컬트적이라고 할수 있다. 그래서 호불호는 꽤 나뉠것 같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소설이니까)





인간은 옛날부터 생각했지. 자신과 똑같이 생긴 건 무섭다고
봐서는 안 된다, 보면 죽는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왜일까?
ㅡ 자신의 추악함과 교활함, 나약함, 어리석음을
자기 눈으로 보는 건 견디기 힘들 만큼 괴롭기 때문이지.






 ─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을 얕잡아봐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1, 2장은 각각의 관점이 다르다. 그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직접 느껴보는 경험은 꽤 구성적으로 흥미롭다. 1장의 히데키의 입장에서 서술했던 모든 부분들이 2장의 가나의 입장에 뒤집어진다. 그리고 그 간격이 크면 클수록 이 소설의 공포의 주체가 비집고 들어오는 여지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3장. 제3자인 노자키의 눈. 하지만 노자키는 분명 제 3자의 입장이면서도 그 자신 역시 하나의 주체가 된다. 이 모든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아이'라는 개체에 대한 생각, 결혼, 남과 여에 대한 인식 등의 사회적 통념에 대한 비판 내지는 통찰로 이어진다. ─ 그리하여 이 소설은 단순한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귀신이야기가 아닌, 좀더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어간다.






밝고 편하고 즐겁게 지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져요.
좋은 쪽으로 굴러가는 거죠.
─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렵지 않을까요?



 호러라는 장르의 소설을 일절 접하지 않아 온 내가 이 소설이 어디쯤에 속한다고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소설은 단순한 재미를 위한 호러소설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그러기에 생각보다 덜 무섭고, 생각보다 더 오컬트적인 이야기가 난무해도,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그런 자잘한 것들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호러소설을 읽었는데, 귀신이 떠오르기 보단, 다른 생각들이 많아지는 그런 소설. 한번쯤 읽어보기 좋은, 꽤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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