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니》 《잘 다녀와》 ㅡ 톤 텔레헨
※아르테 책수집가 1기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그대로의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만약 그곳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여기가 전부라는 말이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알아낸 것에 만족했다.
더 이상 뭔가 더 있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톤 텔레헨. 처음 듣는 작가였다. 작가 소개란을 보니 동화를 전문으로 쓰는 네덜란드 작가란다. 네덜란드. 20대 내가 방문한 그곳의 정경이 그려졌다. 장난감같은 풍차가 느릿하게 돌아가고 어디선가 치즈 굽는 향이 느껴지고 초록빛 동산이 펼쳐졌던 곳. 그곳에서 태어나, 원래는 의사를 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 톤 텔레헨. 그래서였을까. 그의 작품은 치유의 효과가 있었다.
『잘 지내니』와『잘 다녀와』, 이 두 권의 책은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잘지내니》는 조금더 '관계'에 포커스를 둔 소품집이라고 할수 있고, 《잘다녀와》는 인간의 호기심과 떠남에 대한 욕구, 그와 동시에 자기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의 소중함,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스스로 찾는 행위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 동화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잘 다녀와》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책들에 담긴 조그만한 동화들은, 때로는 난해하기 읽힐 지도 모르겠다. 적은 글자수만큼이나 설명도 적다. 그리하여 그 여백인 모두 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이 책은 한 소품을 읽을 때마다 생각할거리가 뭉게뭉게 머리속에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아마 그러한 생각은 독자들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누구하나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될 거란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톤텔레헨은 참으로 대단한 동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짧은 에피소드, 이 짧은 우화 속에 이렇게나 많은 생각들을 담아낼 수 있다니.
그는 덤불 아래, 방구석에 앉아
외로운 자신에 대한 생각에 빠졌다.
누군가가 보고 싶은 건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무슨 소식이든 듣기를 바랄 뿐이었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이런 작품을 쓸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깊숙하고 근원적인 곳에는 반드시 ─ 인간에 대한 호의적이고 따스한 눈길, 치유와 공감에 대한 의지가 존재해야만 이러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참 따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 동물들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왜이렇게 연약해서, 외로움도 잘 타고, 쉽게 무너지고, 도망치고, 때로는 용기내서 멀리 떠나려고도 하지만 주저하고 ─. 이러한 동물들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에는 어느덧, '힘내!'라고 조그마하게 주먹을 움켜쥐며 응원하는 마음이 솟아오른다.
인간 본연의 고독과 외로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더불어, 안정과 도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우리의 모습, 스스로 있어야할 장소가 어디인지 찾아가는 과정 속의 방황 ─ 이 모든 철학적 사유를 아우르면서도 우리에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 따뜻한 동화. 요즘처럼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마음 속 따뜻한 핫초코 같은 책 ─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로 지금 존재할 뿐인데, 나중으로는 가본 적이 없고,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다람쥐는 항상 자기 자신보다 앞서 나갔던 생각들을 더 이상 좇을 수가 없게 되자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그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지금이 아니면 아무 때도 아닌 거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곳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는 무엇이나 누군가에 대해 반드시 생각하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