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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약사 Dec 25. 2018

죽음의 의지에 대해 묻다

《안락》 ㅡ 은모든

※아르테 책수집가 1기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 그대로의 리뷰임을 알려드립니다.





다 제때가 있는 거지.
사람이고 술이고 간에. 그런 이치야.



 이 소설의 배경은 미래다. 어떻게보면 공상소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공상은 바로 다음순간,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와 피부 바로 와닿는다.



 이 소설의 제목 《안락》의 의미는 이 소설의 초반부에서부터 벌써 체감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안락사. ─ 그러하기에 이 소설은 우리에게 필연적으로 '죽음'에 대해 묻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죽음은, 아니, 아니 어쩌면 ''은 꽤 어렵게 다가온다.



 파킨슨을 앓으며 서서히 몸이 제 몸같지 않음을 느끼는 할머니가 스스로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삭의 동생과 아버지는 사고로 불시에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떠나간 가족으로 인해, 이삭이 그때까지 세상의 전부로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흔들리고 그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죽음이 있는 반면, 할머니가 스스로 정하는 죽음은 또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당신의 수명을 정해버리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처음부터 그런 할머니의 의사를 존중하는 손녀와 다르게,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딸의 마음. 결국 마지막 순간, 그 모두는 화해하고 할머니를 의연하게 보내드리려고 하지만 ─ 아, 역시 이 소설은 어렵기만 하다.




 어쩌면 이 소설은 꽤 훈훈하고 따뜻한 인상을 줄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따뜻한 소설이다. (적어도 차가운 시선을 가진 소설은 절대 아니므로).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숨이 턱까지 막혀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숨이 막히는 기분 속에서도, 이 소설은 단숨에 읽어내렸다.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숨을 쉬게 되면 끝이 날 것만 같아서, 들이킨 그 한번의 숨을 꾹 참으며, 숨막히는 기분으로 끝까지, 마지막 한 장 까지 읽어내렸다.



 이 소설은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가족'의 죽음이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가족은 언젠가 죽게된다. 어차피 모든 인간은 죽는다. 결국 우리는 최종에는 결국 죽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회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어차피 죽을걸 뭐하러 사냐, 혹은 결국은 죽기 위해 산다, 라는 생각도 존재할 수있다. 하지만 ─ 우리는 죽는다는 것을 분명이 인지하고서도 '살아나간다'. 그러한 관점에서, 가족들도, 부모님도 결국, 언젠가는 이별하게 되어 있다. 그 소중한 사람들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 이 소설은, 미래를 끌고와서 우리 눈앞에 '공상'을 보여주고는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늘 던져준 것이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부모님과의 언젠가의 이별에 대한 생각을 안 할래야 안할수 없었다. ㅡ 하지만 아직은 그 이별을 떠올리기엔 나는 모르겠다. 그래, 아직 '마지막'은 모르겠다. 그 '때'라는 것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적인 견해도 모르겠다. 그렇게 모르는게 많은 나는, 그렇게나 모르겠는게 많기에, 지금은 지금 내가 해드릴수 있는 것에 충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p120.

너무 그렇게 남들 눈치 보고 거기에 다 맞춰줄 필요도 없다. 너는 워낙에 네 기분보다 남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니까. 순서가 반대로 됐잖니. 그게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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