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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Mar 21. 2022

누굴 닮았니?

너의 얼굴은 참 신기하구나


작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우리 딸 은혜야. 

엄마 눈에는 네가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지.

남들 눈에는 못난이로 보이겠지?

엄마도 이렇게 팔불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옆에서 너희 아빠가 자꾸 놀려.


네 얼굴은 참 신기한 것 같아.

아직 사진으로밖에 보지 못했지만

시간 단위로 쑥쑥 자라고 변화하고 있는 것만 같아.

엄마는 네 사진 보는 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제 하루에 한 번만 오라고 해서 너무 속상했어.

가끔 사진 속 네가 울 때면 엄마도 울어.

엄마가 옆에 없어서 달래줄 수가 없잖아.


네 얼굴은 참으로 신기한 것 같아.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3일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우리 딸 어찌나 많은 모습을 보여주는지.

대체 누굴 닮은 걸까?

엄마는 네가 태어난 직후에 남자아이인 줄 알았어.

이마가 휑해서 아저씨 같다고 말하면서 울면서 웃기도 했어.

몇 시간이 지난 네 얼굴에서는 네 증조할아버지 얼굴이 보이더라고.

그러고 몇 시간 후에는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 얼굴이 보이는 거야.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는 다정하고 인자하신 네 증조할머니 얼굴이 보이더라.

이상하게 네 얼굴에서는 아빠 쪽 얼굴만 자꾸 보여서 웃겨.

그래도 어제 하도 울어서 부은 엄마 얼굴이랑

잘 먹어서 포동포동해지는 네 얼굴은 조금 닮은 것 같아.

우리 딸, 눈을 뜬 건 맞지?

사진 속 너는 자꾸만 팅팅부은 눈을 감고 있어서 말이야.

너희 아빠는 오늘 네가 이중턱이라며, 살찌는 것 같다고 좋아하더라.

이러다가 엄마도 아빠도 다 은혜 바보가 될 것 같아.

아니 벌써 그렇게 되었나 봐.


사랑하는 우리 딸 은혜야, 

내일은 엄마가 처음으로 우리 은혜 보러 가는 날이야.

너무 작고 애틋해서 엄마가 안 울고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내일은 엄마가 은혜 눈 뜬 모습 보고 싶다.

힘들어도 좀 많이 먹고 조금 더 볼살이 올라와 있었으면 좋겠어.

오래간만에 유쾌한 글을 쓰려고 시작했는데 엄마는 또 눈물이 나네.

아빠가 엄마 울면 걱정하니까 글 그만 써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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