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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ghtly Jul 19. 2022

오빠, 지금 잠이 와?

산후우울증은 무서워


지금은 상당히 많이 괜찮아졌지만, 출산 후 100일가량은 산후우울증이 심각했다.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밤에 잠도 잘 못 자고, 힘들 때면 극단적인 생각도 들고... 호르몬 변화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싶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하고 당황스러웠던 증상은 화가 나는 것. 평소 화가 아예 없는 편은 아니지만, 화를 잘 참는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산후우울증이 오고 나니 왜 이렇게 화를 참기가 어려운지... 정말 별것도 아닌 일들에 마치 도화선에 불이 붙듯이 화가 확 치밀어 오르고, 그렇게 화가 치밀어 오르면 뭔가 던지고 싶고 찢고 싶은 충동까지 들고... 아무리 노력해도 감정이 다스려지지가 않아서 급기야 엉엉 울고... 


거의 하루 걸러 울컥하고 폭발하는 나 때문에 신랑이 참 많이 진땀을 뺐다. 밤 열 시쯤 되면 별거 아닌 일에 울컥하고, 감정을 다스리다가 안돼서 잠든 신랑을 깨워서 화를 내고 울고... (신랑은 다행히도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장 동료분께서 출산 3년 차인데 아직도 아내가 늘 화가 나있다고, 원래 그런 거라고 했다면서...)


매번 도통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인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한참을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해보기도 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를 않는다. 어쩌다 겨우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방에 들어가다가, 잠든 신랑을 보면 또 화가 나는 거다. '아니, 내가 이렇게 힘든데 자고 있어?' 


그럴 때면 문가에 서서 신랑을 째려(?) 보며, 하는 말.


오빠, 지금 잠이 와?


날 선 나의 말에 잠이 깬 신랑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꿈뻑꿈뻑... 그럼 화가 난 상태의 나는 '왜 대답을 안 해? 뭐라도 말을 해봐.' 나의 다그침에 참다못한(?) 신랑은 '...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 그 대답에 너무 속상하고 서운했던 나는 급기야 집을 나가기도 했더랬다.(!) 집 앞 놀이터 미끄럼틀에 5분가량 앉아 있다가 들어온 적도 있었다. (이후 그 에피소드는 신랑과 내가 웃으면서 얘기하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자꾸 그럼 나 놀이터 간다?' 'CCTV로 보고 있을게~')


에피소드를 더 풀고 싶은데... 우리 은혜가 계속 운다. 급 마무리하고 안아주러 가야겠다... 


결론 : 산후우울증 정말 무섭다. 내 마음이 내 맘 같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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