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조성 강사 라라 Oct 22. 2023

실패에 대한 두려움 넘어가기


실패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코스  


 창조적 모험의 여정은 그야말로 실패의 향연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의 공통점은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했다는 것이다. 라이트 형제는 시험비행에 805번 실패했다. 에디슨은 전구를 만드는 데 3천 가지 이론을 만들었으나, 실험 결과 단 2가지만 진짜였다고 말했다. 더 큰 혁신과 성장을 이끈 사람일수록 실패의 규모도 비례한다. 제임스 다이슨은 날개 없는 선풍기와 모터 크기를 줄인 드라이기로 가전제품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그런 그의 첫 번째 작품인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는 무려 15년 동안 5126개의 실패작을 만든 끝에 탄생한 것이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입을 모아 실패야말로 최고의 학습이며, 모든 것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말한다. 어쩌다 한 번씩 실패를 겪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계속하다가 어쩌다 한 번씩 성공을 겪는 것이다.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실패는 옵션이 아니라 필수 코스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주로 겪어야 하는 ‘메인 코스’다.    


  

실패를 겪을 힘은 감정을 돌보는 것에 있다 


 하지만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할 것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두려워한다. 특히 한국 사회는 실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 정답 찾기에 익숙한 교육을 받으며 오답을 찾으면 불이익을 당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패하면 ‘잘못했다, 틀렸다’라고 오답을 찾은 것처럼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실패는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실패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처럼 크게 절망에 빠져든다.      


 그동안 실패에 대해 우리가 들어왔던 말들은 ‘실패를 겁내지 말라. 성공한 사람들처럼 끈기와 자신감을 가져라. 좌절하지 말고 나아가라’ 같은 말들이다. 이런 뻔한 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패를 밥먹듯이 겪는 창조적인 사람들에게도 실패는 달갑지 않은 경험이다. 다만 그들은 실패를 회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이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은 강인한 정신력이 아니라 감정을 잘 돌보는 것에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실패할 때 느끼는 실망, 좌절 등의 감정을 돌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충분히 아파하기


 실패했을 때 제일 먼저 할 일은 일단 아프니까 아파하는 것이다. 내가 한 선택이 후회돼서 화도 나고,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자존감이 무너져 내려도 괜찮다. 울고 속상해하고 무력감 속에 아파해도 된다. 그 모든 감정을 느끼며 아파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 일은 누구나 겪는 건데, 이런 일로 그렇게 힘 빠지면 안돼.’
‘한번 실패했다고 약해빠진 말을 하면 안 돼지.’
‘언제까지 기운 빠져 있을래? 빨리 정신 차려야지.’
 이런 말들로 아픈 감정들을 외면하면, 그 감정들은 고스란히 내 몸의 세포에 저장되어서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하게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우리는 대부분 실패를 경험한 사람에게 필요한 적절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지 못한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힘내’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힘들 때 힘내라는 말만큼 힘빠지는 말도 없다. 그런 말을 주변에서 듣는 것도 모자라 나 자신에게까지 ‘빨리 정신 차리고 힘내자’라고 하지는 말자. 실패해서 아픈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말은 ‘힘이 빠져 있어도 괜찮다. 힘낼 수 없을 만큼 힘들어도 괜찮다.’라는 말이다. 충분히 공감받은 아픔들은 아무 찌꺼기도 남기지 않고 내 몸에서 떠나간다.  


    

유리한 선택 vs 불리한 선택


 실패의 아픔이 충분히 나를 통과해 갔다면, 이제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때이다. 실패에 대해 우리는 무의식중 전적으로 불리한 두 가지 반응에 빠져든다. ‘그 사람 때문에 실패했어’라며 남을 원망하거나, ‘내가 그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라며 자신을 원망하는 것이다. 남을 원망하든 나 자신을 원망하든 누군가의 잘못으로 돌릴 때 실패의 상처는 절대로 아물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에게 유리한 선택은 무엇일까? 실패는 내가 바보 같고 부족하고 잘못해서 겪는 일이 아니다. 그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을 나도 겪은 것이고, 내가 선택한 일의 결과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속상한 것 뿐이다. 또한 실패한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시도한 일이다. 내가 ‘실패한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실패가 아플지언정 수치스럽거나 부끄러워할 일은 결코 아니다. 실패의 경험으로 ‘실패한 인간, 실패한 인생’이라는 절망에 빠져드는 것은 매우 불리한 선택이다. 나에게 유리한 선택은 실패가 가져온 선물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2년 전, 책의 초고를 완성한 후 출판사에서 모두 거절당하고는 오랫동안 맥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좌절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나니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의지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 초고의 문제점에 대해 오랫동안 곱씹다 보니 수정방안도 한층 더 숙성되었다. 실패는 나에게 ‘이런데도 계속할 거야?’라고 묻는다. 내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또 실패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말로 해낼 방법도 알려준다. 실패가 주는 선물을 찾지 못하면 실패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경험일 뿐이다. 그러나 실패가 주는 선물을 찾아낸다면 실패는 성공보다 더 아름다운 경험으로 승화된다. 

         

    

실패를 축하하기 


 핀란드에는 매년 10월 13일에 ‘실패의 날’ 기념행사를 연다. 이날은 모두가 모여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실패를 축하해 준다. 그 덕에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나라로 변화하게 되었고, 실패의 경험도 자산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되었다. 실패는 두렵고 피해야 할 것을 넘어 성공보다 더 아름답고 소중한 경험이 틀림없다. 성공할 때는 기뻐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게 다이지만, 실패할 때는 아픔의 크기만큼 제대로 배우며 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실패를 축하하고 실패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더 이상 실패를 수치스럽고 잘못된 일로 여기지 않기를, 실패를 성공만큼 귀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서로 공유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열정으로 몇 년 전 ‘실패의 날’ 모임을 개최했는데 신청자가 없어서 실패했다!)







 창조성을 깨우는 과제 - 실패 축하 이벤트 열기

 지금까지 내가 했던 실패 하나를 떠올리고, 실패한 나를 축하하는 파티를 열어본다. 

혼자서 해도 좋고,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해도 좋다. 파티는 맛있는 저녁을 먹는 것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 축하엽서를 써주거나, 작은 선물을 하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한다면 나의 실패와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을 이야기하고,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응원을 받아본다. 



이전 08화 창조는 재편집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