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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Oct 22. 2023

토끼의 두뇌와 거북이의 마음의 조화


토끼의 두뇌거북이의 마음


 심리학자 가이 클랙스턴은 두 가지 사고방식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뚜렷한 목적으로 가지고 이성과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토끼의 두뇌’이다. 다른 하나는 목적이 뚜렷하지도 않고, 명쾌하게 딱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사색과 명상에 빠져드는 ‘거북이의 마음’이다.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를 무언가를 떠올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어느 순간 번뜩이는 직관이나 통찰이 찾아온다. ‘거북이의 마음’은 빠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는 ‘토끼의 두뇌’가 줄 수 없는 깊은 지혜에 닿게 한다.     


 창조의 시작 단계에서는 ‘거북이의 마음’이 필요하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모레 해도 되는 일을 내일로 앞당기지 말라’고 말한다. 미루지 말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충고다. 하지만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28% 더 창의적이며, 업무를 미루는 CEO들이 훨씬 융통성 있고 다재다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창조는 의식 너머로부터 무언가 건져 올리면서 시작된다. 그래서 의식 너머에서 보내는 모호하고 알쏭달쏭한 메시지를 고요히 수신할 시간이 필요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 구체화시키지 않고 천천히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는 것이다.     

 

 생각이 어느 정도 명확해지면 이번에는 ‘토끼의 두뇌’가 필요하다. ‘거북이의 마음’이 길어 올린 생각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자료를 조사한다. ‘토끼의 두뇌’가 없다면 온갖 새로운 아이디어와 멋진 영감들은 머릿속에서만 떠다니다 증발하게 된다. ‘토끼의 두뇌’로 일을 하다가 비판과 평가만 이어져서 흥미를 잃거나 답을 찾지 못하고 막히면, 다시 ‘거북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느릿느릿 답이 떠오르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토끼의 두뇌와 거북이의 마음은 창조 과정의 파트너이며, 이 둘의 긴밀한 협력으로 창조는 '무의식의 혼돈'에서 출발하여 '현실의 새로운 질서'로 완성된다.      


 이 두 생각이 적절한 때에 등장하지 않거나 적절한 균형을 맞추지 않을 때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 아이디어가 막 꿈틀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비판적 판단과 평가를 들이대면 자유로운 상상력이 죽어버린다. 그렇다고 비판적 사고 없이 상상만 계속하면 공상에만 빠져있는 몽상가가 되어버린다. 창조하는 과정에서도 비판하는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비판하는 시기가 너무 빠르면 아이디어가 사장된다. 비판이 너무 과도하면 창조성이 얼어붙어 버리고, 비판이 너무 적으면 참담한 결과물이 나온다.  


    

두 생각의 균형과 조화를 찾아가기 


 우리는 창조 과정에서 두 생각의 균형을 잃을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먼저 시작 단계에서 느릿느릿 기다리지 못하고 서두르면 무의식이 보내주는 미묘한 메시지를 놓치게 된다. 과정에서 비판하는 사고가 너무 강해지면 ‘더 잘해야 해. 이것도 잘못했고, 저것도 잘못했어’라는 온갖 지적질에 움츠러든다. 반대로 ‘아무도 내 창조성을 방해하지 말아 줘! 나는 그저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을 뿐이라고!’라며 모든 비판을 거부해버리기도 한다. 많은 경우 수치심 때문에 건설적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나 역시 이 두 생각의 미묘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몹시 어려웠다. 설익은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공유했다가 온갖 비판에 주눅이 들어 시작도 못하기도 했고, 다시 공격받기 싫어서 꽁꽁 숨어서 혼자 작업을 완성하다가 엉망진창인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때로는 건설적인 비판과 (비난이나 모욕에 가까운) 파괴적인 비판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과 분노, 수치심에 휩싸였다. 때로는 비판이 너무 두려워서 창조 과정 자체를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을 무한 반복하면서 나는 두 생각이 조화롭게 창조과정을 이끌 수 있게 하는 노하우를 조금씩 조금씩 터득해 갔다.  

    

 창조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환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에 양다리를 걸치고 사는 것이다. 피터팬의 네버랜드에서만 머물러서도 안되고, 상상력을 잃고 현실에만 매몰되서도 안된다. 서둘러야 한다고 느낄 때는 ‘거북이의 마음’으로 느리고 깊게 내면 세계로 들어가 딴청을 피워야 한다. 환상 속 달콤함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을 때는 ‘토끼의 두뇌’를 써서 이성적인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이런 미묘한 균형을 찾는 과정은 어렵기도 하지만 꽤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찬물과 뜨거운 물이 섞일 때 활발한 대류가 일어나듯, 환상과 현실의 두 세계를 오가며 삶 전체가 신선하고 활발해지는 느낌이랄까.      







참고 문헌 :

<거북이 마음이다> 가이 클랙스턴, 황금거북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 존 크리즈, 경당 

<오리지널스> 애덤 그랜트,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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