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자무 Nov 22. 2021

CON-VRIDGE의 시작(1)

퇴사부터 창업까지

엥? 회사를 그만둔다구요?

왜? 좋은 일자리라도 생겼어요?

네? 창업이요!?


부럽다...나도 기회만 되면 나가고 싶은데

잘되면 자리 하나 만들어 줘요




2019년 4월쯤 이었나...

갑자기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얘기한 순간

사람들의 무수한 질문의 레퍼토리는 대략 저거였어


아니 왜 7년 동안이나 잘 다니던 회사를,

그것도 삼성 계열사 정직원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두고

이런 무모한 짓을 해야 했는가


인생의 전환점


내 삶을 잠깐 쉬고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시기가 있었어

업무 환경과 삶의 환경, '나'와 '가장'의 경계에서

나는 한순간에 패닉 상태가 됐어

사내 복지를 통해 정신과 상담을 받았고,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줄줄이 나열하니 돌아온 간단한 대답


'공황장애'


지금 생각해 보면 번아웃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때는 사람이 무서웠으니

공황장애 쪽이 맞을 수도 있겠다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모르겠다...

그냥 그 업무환경에서 도망치고 싶었는지도,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난 아직도 20대의 나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20대 후반의 결혼,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나를 아빠라 부르는 내 아이들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지나갔던 시간들이

군 전역 후 미친 듯이 일하고 공부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인 것처럼

너무 순조롭게 지나갔다고 느껴졌어


내 인생에서의 목표인

20대 후반에 이루어야 할 것들을 계획대로 이루었으니

개판 친 10대와 20대 초의 방황 치고는

훌륭한 결과물이었고, 그땐 스스로도 대견했었지.


그렇게 30대 중반까지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열심히 일하는 나날들을 보내며 행복...


행복?


내가 퇴사하게 된 썰 좀 들어볼래?




난 무언갈 놓치고 있었어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신나 하는 것


자동차


결혼, 아니...

정확히 이야기 하면 첫째가 태어나기 전 까지

나는 마지막으로 레이싱 게임 리그 전을 준비하고 있었어


그땐 실제 차도 없었고,

게임을 통해 대리만족을 채우기도 했지만,

그 안에서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너무 좋았어


취미로 트랙을 가는 사람, 아마추어 레이서, 프로 레이서

모두가 게임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달릴 수 있었거든


잠깐이었지만 2부 리그에서 상위권 이었다구

뭐, 지금은 겨우 트랙을 달리는 수준이 됬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줄께

 



첫 차로 물려받은 장인어른의 차는 2003년식 산타페였어

나름대로 꾸미기도 하고, 고치며 잘 타고 다녔었지


어느날, 갑작스런 사고와 이로 인한 지병의 악화로 인해

장인어른을 천국으로 떠나 보내게 되었어


이 아이도 쉬고 싶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쪽 문제를 일으켜

결국 떠나 보내게 되었지


하지만 우리가족에겐 다음 반려마가 필요했고

'할부지 차' 였던 이 아이를 보내면서

어느정도 자금을 충당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해외 수출 딜러에게 넘겼어

아마 지금도 아프리카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거야


폐차로 안락사를 하는 것 보단 막히지 않는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달리는 게

그 아이에게 더 좋은 선택일거라 판단한 건

지금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작가의 이전글 언도상씨의 와이드 바디(feat. 오버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