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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Apr 22. 2024

사람이 싫어 회사가 싫었다

한 상사가 있었어요. 그는 근무시간에 낮잠을 잘 정도로 태만했는데 긴장을 안 하니 실수가 잦았고 

무능력하단 소리도 나왔어요. 그래서인지 점점 자존심만 세져 괜히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거나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이고 말도 함부로 했어요. 특히 만만해보이는 여자 직원들에게요.


그래서 저는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 항상 애를 썼어요. 조금이라도 부당하면 부당하다 얘기하고 그의 생각이 틀렸으면 지난 자료들을 가져가서 그가 틀렸음을 확인시키고 무리한 지시에 묵묵히 일하기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분명히 했죠. 덕분에 상사는 저를 많이 어려워했어요. 동시에 싫어했고요.


물론 저도 그가 너무너무 싫었죠. 아침마다 제발 그와 부딪히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할 정도로요.

전 그가 싫으면서도 그에게 주의를 많이 기울였어요. 그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거기서 숨은 의미를 찾아냈어요. 그러곤 한껏 방어 내지는 공격 자세를 취했어요. 여차하면 들고일어설 기세로요.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다 싶어요. 굳이 그렇게 할 일이었을까. 부당한 처사에는 의견을 내야겠지만 사사건건 부딪힐 필요가 있었을까.

한번에 끝날 일을 두세 번 하게 한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기분 나쁜 말투 정도는 도를 지나치지 않으면 '또 왜 저래' 하고 가볍게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지 않았을까.

무례한 태도도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야' 하고 속으로 혀 끌끌 차고 말았어도 되지 않았을까.⠀

어치피 안 바뀔 사람이고 계속 볼 사이라면.

퇴사를 하고 나서 돌아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경 곤두세우는 동안 무엇보다 제 마음이 가장 힘들었거든요.


회사생활 내내 긴장하며 지냈으니 얼마나 피곤했겠어요. 불편한 인간관계는 피하거나 멀리하라는 말이 있을 때마다 '직장은 그럴 수도 없다' '생계가 걸렸으면?' 같은 말이 어김없이 나와요.


매일 봐야 하는 사람이 힘들다면 한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의 어디가 왜 불편한지

✔️너무 감정적으로만 생각하진 않는지

✔️나의 행동엔 문제가 없는지

✔️무시하고 넘어가도 되는 건 없는지

✔️그의 입장과 심리는 어떨지

✔️나의 입장은 말해 보았는지


참는다거나 버틴다고 생각하면 회사는 점점 더 지옥이 돼요.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상대가 사람 괴롭히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서면 무조건 옮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내가 노력한다고 바뀔 부분이 아니거든요. 되도록 부딪히지 말고 찬찬히 준비해서 나오는 수밖에는 없어요.

'그럴 수 있으면 진작 했지' 같은 말만 반복해서는 진짜 방법이 없어요.

열심히 고민하고 철저히 계획해야 해요. 스스로요.


내 길은 내가 찾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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