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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옥 Oct 07. 2020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속담 중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긴 해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리사랑 못지않게 치사랑도 크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참 잘 봐준다.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꼬질꼬질한 모습을 하고 있어도 와서 안기고 뽀뽀 세례를 퍼붓는다. 바쁘다며 아이들 보다 내 일을 먼저 챙기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불러주는데도 여전히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달려온다. 순간 욱해서 심한 말을 해놓고 미안한 마음에 슬며시 사과를 하면 너무나도 쉽게 용서를 해준다. 때론 이건 너무 했다 싶은 실수도 '괜찮아' 라며 어찌나 쿨하게 넘어가 주는지. 나의 부족함도 '우리 엄마니까' 라며 사랑으로 감싸준다. “엄마가 왜 좋아?”라는 바보 같은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니까” 라고 대답해 준다. 때로는 벅찰 만큼 무한한 믿음을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단지 부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큰 사랑을 준다.   

   

비단 어려서만 그런 건 아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를 많이 봐준다. 욱해서 하는 말도, 괜한 고집도, 실수도 다 우리 부모니까 하면서 받아준다. 남 같았으면 안 참을 일도 부모니까 참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머리로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가슴으로 받아들인다.      


과연 치사랑이 내리사랑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부모만 자식을 사랑으로 감싸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가끔 내가 아이에게 해주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랑을 주나 싶다. 어쩌면 자식이 주는 사랑이 더 크지 않나 싶기도 하다.    

 

내리사랑 못지않은 치사랑도 있다. 아니 내리사랑 못지않게 치사랑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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