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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Dec 26. 2019

국내은행의 아세안 러시

-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진출을 중심으로

왜 국내은행을 아세안에 진출하는가?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 및 ROA・ROE 추이, 금융감독원

 한국의 은행은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기준으로 할 때, 2019년 3분기까지의 경영실적은 국내 은행의 평균 ROE는 8.13%이다. 이는 작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0.5% 상승한 수치다. 또 다른 은행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ROA를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은행의 ROA(총자산이익률) 평균은 0.62%(2019년 3분기 누계)로 0.04% 하락한 수치이다. 이렇듯 4분기에 엄청난 금융 이벤트가 없다면 2016년 이후 계속 상승세였던 국내 은행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국내 은행들은 내년 수익률 목표를 올해보다 더 보수적으로 예측하여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파다하다.

(※ ROE와 ROA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이다. ROE: 자기자본이익률,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ROA: 총자산이익률, 총 자산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 대륙별 세계 100대 은행의 2013~2017년 평균 수익성 지표, 권흥진. (2018).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적정한가?. 주간금융브리프, 27(18), 3-10.

 하지만 국내 은행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국내 은행의 수익률은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100대 은행 중 국내 6개 은행의 2013~2017 평균 ROA와 ROE는 0.41%와 5.75%이다. 이는 해외 평균 ROA와 ROE가 0.76%, 10.29%인 것과 비교할 때 거의 절반에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ROA와 ROE가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한국 시중 은행의 낮은 수익률 보여준다.


 이러한 낮은 수익률과 부정적인 전망에 대한 원인 분석은 다양하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해결책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다. 특히 해외 진출의 대상이 되는 지역이 아세안이다. 왜 한국의 은행은 아세안으로 진출할까?

▲ 국내은행 아세안 지역 점포 수 및 비중 현황출처, 박관훈, ‘국내 은행 해외점포 40%가 동남아국가...신남방정책으로 현지 진출 탄력’,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한국의 은행은 낮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아세안으로 진출해왔다. 이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2019년은 국내 은행들이 아세안으로 대거 진출한 해였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은행이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보통의 산업들이 아세안에 진출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많은 인구와 청년층 위주의 인구구조, 높은 경제성장률 등 다른 아비랩의 글에서도 다룬 것들과 동일하다. 하지만 은행업의 경우 아세안 시장 진출에 있어 높은 수익률이라는 지표가 추가된다. 아세안 지역의 ROA는 한국의 ROA보다 높다. 한국 기업이 활발히 진출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경우 각각 2.05%, 1.37%로 국내 은행의 ROA 0.56%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 것과 동시에 아세안 시장에는 은행업에 있어 커다란 위험도 존재한다.


 아세안은 은행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전에 아비랩의 다른 글에서 다뤘듯 아세안은 핀테크 시장이 발달하여 있다. (‘블록체인은 비싸지만 저렴하며 느리지만 빠르다’ 참고, http://aseanbizlab.com/?p=314) 실제 은행 계좌를 가진 사람은 적지만 핀테크를 이용해 금융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용 정보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못하고 신용 대출 등 신용을 통한 서비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이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발달하여 있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는 쉽게 말해 금융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으며 전통적인 의미의 은행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또한 불명확한 제도 또한 문제이다. 아직 금융 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말은 제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말과 동일하다. 거기에 더해 현지 정부가 외국 자본의 침식을 두려워해 이를 제한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불확실하고 불명확한 제도가 국내 은행의 아세안 시장 진출에 가장 큰 위험이며, 동시에 관리하기 어려운 위험이다.

이에 더해 일본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도 존재한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아세안 시장에 진출하여 자리 잡았고,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의 은행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진출이 본격화된 2019년에는 일본의 3대 은행(MUFG, 미즈호, SMFG) 또한 많은 투자를 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의 아세안 금융 진출 전략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위험에도 한국의 은행들은 아세안에 매우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이 있다. 국내 은행의 아세안 현지화 전략은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현지법인 형태의 소매금융 특화와 업종 다양화다. 한국의 은행은 지점을 바탕으로 한 영업에 능하다. 소매금융 특화 방식은 이를 이용한 것으로 즉, 국내에서 잘하던 것을 아세안에서도 동일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대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의 경우 신용 정보 체계가 잘 마련되어 있어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아세안은 신용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형 지점을 다수 설치하여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확보해 신용정보를 모으고 있다. 이렇게 모인 네트워크와 신용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업종의 계열사와 함께 진출하여 시너지를 낸다. 주로 카드나 증권, 보험사가 함께 진출하여 은행은 금융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두 번째는 M&A를 통한 진출이다. 실제 많은 은행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현지의 은행을 인수하여 해당 은행이 가지고 있던 고객을 흡수하고, 본래 현지 국내기업, 주재원, 교민 대상 중심의 영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직원도 확보할 수 있어 현지화에 더욱 유리하다. 물론 이 과정에 국내 은행 간 경쟁이 심화하여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M&A를 이용한 현지 진출은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진출

 국내은행의 아세안 진출사례 가운데에서도 위 2가지 전략을 모두 잘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진출사례이다. 우리은행의 캄보디아 진출은 크게 2단계로 이루어졌다. 우리은행은 현재 캄보디아에서 전국에 126개 점포를 구축했고, 소액 대출 시장을 비롯해 학자금 대출, 공무원 특화상품,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 WFC 프놈펜 헤드쿼터 전경/ WB 프놈펜 지점 전경

 먼저 우리은행은 처음 진출 당시 소액대출회사 ‘말리스(Malis)’를 인수하여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이후 WFC)를 설립하였다. WFC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주로 영업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소액 대출을 주로 해왔다. WFC는 소규모 소액 대출 회사로 2014년 우리은행이 인수할 당시에는 작은 회사였으나 이후 WFC는 성장하여 자신 기준 해당 분야 4위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우리은행은 WFC를 이용하면서 현지화된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고, 이후 WB 파이낸스 인수 및 중장기 비전을 세울 수 있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전역에 영업망을 가지고 있는 ‘비전펀드 캄보디아’를 2017년에 인수하여 WB 파이낸스를 만들었다. WFC 운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대규모 상업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을 먼저 인수한 것인데, 이는 캄보디아가 아직 대기업은 없으므로 대규모 대출을 취급하는 것보다는 전국적인 리테일 망을 가진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더 전망이 밝다는 분석에 의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지 직원을 모두 그대로 고용 승계하여 화제가 되었다. 이는 WB 파이낸스가 추구하는 것이 단순히 캄보디아 시장을 통한 단기적인 투자이익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김창연 WB 파이낸스 부법인장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WFC와 WB 파이낸스를 합병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어 저축은행 1위로 발돋움하여 2021년에는 상업은행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은행은 지점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방식의 영업을 넘어 ‘크래딧 오피서’라는 대출 전담 직원을 두는 현지 방식을 받아들이고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한국의 강점인 IT기술을 적극 활용하였다. 또한 IT기술 활용을 통해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캄보디아의 모바일 뱅킹 시장도 먼저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추가로 우리은행은 2014년부터의 영업을 통한 현지 정보와 WB 파이낸스의 인수로 확보한 현지 인력을 바탕으로 현지 맞춤 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그랩 운전자를 위한 맞춤형 저금리 상품, 공무원 특화 상품 등 현지 맞춤 대출 상품 외에도 현지 1위 전자지갑 업체와 제휴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AseanBizLab Insight

 최근에 아세안 지역에 예금계좌를 만들러 가는 여행상품이 생겼다. 국내 이자율이 1%대인 것에 비해 아세안 지역은 5%대이기 때문에 이런 상품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가 알게 모르게 아세안에 투자할 기회가 이미 가까이에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한국의 은행들에게 해외 진출은 필수적이다. 물론 국내시장이 잠재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 수익률이 낮다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속도 빠른 아세안에 금융업이 진출하는 것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이 진출하는 것만큼 당연하다. 특히 위에서 살펴본 우리은행의 사례와 같이 모범적인 현지화 사례가 많고 실제 아세안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국내 은행의 해외 직접 투자이익 중 30%를 넘는다는 것을 의미 있다. 거기에 더해 여전히 그 이익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더욱더 고무적이다.
 마지막으로 국내은행의 아세안 진출은 민관이 합쳐진다면 더욱 큰 시너지를 발생시킬 것이다.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금융업의 가장 큰 위험인 제도적 위험을 정부가 나서서 외교의 힘으로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준으로는 관리할 수 없는 위험을 정부가 나서서 외교의 힘으로 해결하여 안정적인 환경을 갖추게 된다면, 우리는 경쟁자인 일본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은 아세안비즈니스랩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aseanbizlab.com/?p=1196





참고자료

권흥진. (2018). 국내은행의 수익성은 적정한가?. 주간금융브리프, 27(18), 3-10.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우리 금융권의 신남방 진출 현황과 시사점, 신남방특위 금융권간담회 발표자료
블록체인은 비싸지만 저렴하며 느리지만 빠르다, 아세안비즈니스랩
은행 순이익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지만…해외 은행 비교하면 수익성 절반 수준,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811145776i
"ROE 목표치 낮게 더 낮게"... 시중은행 내년 경영목표 보수적 책정, 조선일보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5/2019110502383.html
국내 은행 해외점포 40%가 동남아국가...신남방정책으로 현지 진출 탄력,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http://www.consumernews.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531872
동남아 시장 ‘정조준’한 한국 은행들, 한국경제신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8090301188000051&mode=sub_view
우리은행, 캄보디아 전역 126개 점포망 구축…소액 대출 시장 강자로, 한국경제신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8090301188000071&mode=sub_view
우리은행, M&A로 캄보디아 네트워크 확대, 한국경제신문
http://magazine.hankyung.com/money/apps/news?popup=0&nid=02&c1=2002&nkey=2018092000161099102&mode=sub_view
“인수 후 100% 고용 승계…‘캄보디아에서 성장 원한다’ 설명했죠”, 한국경제신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8090301188000061&mode=sub_view
동남아 금융 진출, 해법은 ‘현지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한국경제신문
http://magazine.hankyung.com/business/apps/news?popup=0&nid=01&c1=1001&nkey=2018090301188000041&mode=sub_view
동남아 무대로 ‘은행 한일전’ 발발, 대한금융신문https://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299
우리銀, 캄보디아 내 '종합금융사' 목표 1보 전진, 조선비즈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0/2019081000401.html?utm_source=urlcopy&utm_medium=share&utm_campaign=biz
빠르게 싸게 편하게… 한국 금융 ‘3색 전략’ 캄보디아도 통했다, 세계일보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606016004#csidx6d46decac0e726f9ff5c8c91dce0df3
아세안 진출 금융회사 7년만에 두배…전체 해외 수익중 30%차지, 글로벌금융
http://www.gf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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