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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빌더 Mar 06. 2023

마흔치레

 이것저것 갖다 붙여서 의미를 찾아보자

만 39세 생일을 이틀 전에 맞았다. 마흔, 마흔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곧 법적으로도 만 나이를 쓴다고 하니 나는 서른아홉이 되는 셈이다. 아이들은 타고난 면역력이 점차 떨어지고 외부 활동을 하게 되면서 첫돌 즈음 크게 아파지는 시점이 있다 하여 엄마들 사이에선 돌치레라고 부르는데 마흔은 어떤 의미인지 생일을 전후로 크게 앓는 중이다. 벌써 삼 주째 네 번째 뵙는 것 같은 상담실 옆건물 병원 의사 선생님이(다른 병원까지 더하면 병원은 다섯 번째) 안쓰러워하실 정도이니 이번 감기가 떨어질 듯 다시 걸리고 나을 듯 심해지는 양상을 가지고 있나 보다. 나 마흔이라 그런가 선생님이 자꾸 사모님이라고 부르시는데 들을 때마다 느낌이 이상해서 이번엔 정말 그거 안 하시면 안 되냐고 할 뻔...


젊었을 때의 면역력은 이제 쇠한 것 같고, 나는 중년을 맞이하며 새로이 건강해질 시간이다. 많이 지치고 코가 막힌 통에 두통과 졸음이 쏟아지지만 차분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야 한다. 운동, 육아, 일,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걸음마를 떼듯 새로이 시작해야지. 이미 많은 힘을 썼는데 아직도 더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을 땐 세상 지치고 고된 느낌이더니, 처음 맞는 사십 대가 새로운 것은 당연하지, 사십 대의 내 몸과 친해지고 마음을 돌봐야겠다 생각하니 또 할 수 있는 느낌이다.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았다. 축하인사를 하는 사람들도 조금은 달라져 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 왁자지껄 떠드는 생일이 한 때 당연했다면, 지금은 좋은 동료들이, 멀리 살지만 마음을 써주는 친구들이, 가족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며느리 생일을 챙겨준다고 무얼 먹을래 물으시고 용돈까지 챙겨 주시는 시부모님과 내 취향을 잘 기억해 준 아가씨의 선물이 고맙고, 어릴 땐 많이 못 먹였다며 돼지고기 소고기를 잔뜩 구워주는 친정엄마와 주는 것 없이 받는 느낌만 드는 언니와 형부 내외의 마음씀씀이도 넘치도록 따숩다. 최근 일 때문에 자주 마주쳤던 선배, 후배 선생님들이 유용한 선물들을 챙기고, 오랜 벗들이 행복한 마흔 맞으라며 크고 작은 선물을 보내온다. 뷰티 제품이 주된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고기, 과일, 영양제 같은 건강을 챙기는 선물도 눈에 띈다. 가족과 함께 드세요, 건강하세요 하는 인사도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20년이나 더 지난 인연인데 내 생일을 어떻게 기억하시는지 5년에 한 번은 문자를 주시는 고등학교 학년주임 선생님의 축하인사도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종종 연락만 하는데도 서로 믿는 소중한 친구는 퇴사 후 떡케이크를 배우고 있다며 늦은 밤 손수 만든 앙금떡케이크를 가져다주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금방 헤어져야 했다.


마흔치레를 호되게 겪고 더 튼튼해질 나이든 나를 기대해본다. 내년엔 만 마흔이 될테니 이년 동안 마흔과 나이듦과 노년과 죽어감을 곱씹을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마흔 두 번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나쁘지만은 않다. 소화할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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