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익숙한 노랫말이 들려온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오늘 밤은 삐딱하게 내버려 둬
스무 살 초에 자주 들었던 G-dragon의 <삐딱하게>였다.
그 당시에는 별생각 없이 신나서 따라 부르던 노래 가사에 이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건 경험 공유에서 오는 사실의 반증일까. 웃플 일이다.
과연 영원이란 게 존재할까.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차원의 영원은 물론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적인 영원은 어떨까. 영원하다는 말을 감정적 영역에도 기꺼이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런 놀라운 경험을 해본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영원할 줄 알았던-'으로 시작하는 수많은 노래 가사들이 떠오르는 걸 보니 다른 의미로 웃플 일이다.
이어폰을 꽂고 <삐딱하게>를 검색해 재생한다. 곧 GD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래,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삐딱하게>지만 언젠가 영원을 이야기하는 진부한 노랫말에도 확신에 차 고개 끄덕일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럴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