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를 제대로 운영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그간 브런치를 통해 글을 써보면서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지 이미 알아버린 탓인지 도전 버튼을 누른 뒤 한참 후에야 티스토리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낮 변명에 불과하지만 시작이 더뎠던 건 사실상 티스토리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시작의 시작을 스스로에게 선포하며 내가 정한 목표는 오로지 한 가지였다.
힘을 빼고 하루에 하나 씩만이라도
딱 한 달만 포스팅을 해보자
그렇게 다짐한 뒤로부터 약 한 달 후.
나는 지금까지 매일 습관처럼 티스토리에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는 아주 놀랍게도 '마지못해'가 아니라 '기꺼이' 글을 쓴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던 티스토리 덕에 집 나갔던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제 집을 찾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하루하루 긍정적인 변화를 실감한다.
과연 티스토리의 어떤 점이 나에게 변화를 가져다준 걸까. 필자가 생각하는 티스토리의 장점을 꼽아봤다.
: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면 나는 발행 전까지 글에 심혈을 기울였다. 같은 문장을 수십 번 퇴고하고 사전에 적절한 단어를 검색했다. 주관적인 기준일지언정 내 눈에 온전한 한 편의 글을 써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언뜻 생각하면 '글쓰기에 진심인 1인'이려니 할 수 있겠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그동안의 모습을 반추해보면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바짝 힘이 들어가 있었던 듯하다.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며 '작가'라는 수식어를 나의 '글'과 온전히 분리할 수 없었다. 브런치 팀의 심사를 통과해서 '작가'의 자격을 얻은 사람인만큼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수준의 글을 내놓아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글에 쏟는 정성에 비례하여 시간이 소요됐고 바쁜 일상 속에서 글쓰기는 점점 후순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티스토리에서의 시작은 조금 달랐다. 그곳에는 작가라는 타이틀도, 승무원이라는 이름표도, 심지어는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도 없었다. 말 그대로 제로 베이스, 무(無)의 벌판이었다. 여기서 재밌는 건, 오히려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맨 땅에 헤딩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온전히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눈 앞에 펼쳐진 허허벌판, 그 위에서 나는 자질구레한 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주 찾는 맛집에서부터 최근의 도전 경험 등등 정제되지 않은 나의 목소리가 글 안에 담겼고 아싸리 브런치에서는 차마 하지 못 했던 덕밍 아웃도 실컷 했다. 아무런 타이틀도, 심적 제약도, 기대도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티스토리를 통해 나는 편안한 글을 쓸 수 있었다.
: 별다른 욕심 없이 티스토리에 발을 들이고 꾸준히 글을 쓴 지 어언 한 달에 가까워졌다. 티스토리를 소개해준 언니를 통해 들어 블로그에 구글의 애드센스가 붙으면 광고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역시나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구글 애드센스 심사 통과는 티스토리 유저들 사이에서 '애드고시'라고 불릴 정도로 쉽지 않은 장벽이란 걸 일찍이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감생심으로 애드고시 응시를 차일피일 미뤄오던 어느 날, 유튜브의 똑똑한 알고리즘이 내게 '디지털 노마드 되기'와 관련된 몇 개의 영상을 물어다 주었다. 호기심에 클릭해본 영상 속, 유튜버님은 본인이 가진 여러 가지 팁들을 공유해주셨고 그 팁 중 하나가 바로 '티스토리 애드센스'였다. 설명을 들으며 신나게 고개를 주억이던 나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불현듯 당장 애드고시에 응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바로 구글 애드센스에 접속해 심사를 신청했다.
그로부터 약 3일 뒤, 구글 측으로부터 애드센스를 허용한다는 답변의 메일을 받았다. 한 번만에 애드고시를 통과하다니, 뛸 듯 기뻤다. 애드센스를 곧바로 블로그에 삽입하고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사실 '돈을 벌어다 준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거창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아무렴 어떠랴, 내가 쓴 글이 난생처음으로 수익을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했다.
그 행복한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곧장 커피를 쐈다. 이틀 동안의 총수익이 10,000원 남짓이었는데 커피 값은 20,000원이 나왔다. 가족들이 자지러지며 배보다 배꼽이 크다 놀려도 마냥 좋았다.
: 무엇이든 '의무'로 자리매김하는 순간, 이전에 느꼈던 순수한 흥미는 어느 정도 힘을 잃기 마련이지 않는가. 지난날, 브런치에서 'n일에 한 번씩 글 발행'을 목표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웠는데 날이 갈수록 무슨 마감에 쫓기듯 노트북 앞에 주저앉는 나를 발견했다. 의무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일 수도 있구나,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그러던 내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했고 '의무로' 1일 1포스팅을 시작했다. 스스로에게 이전과 똑같은 '의무'를 부여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티스토리에서는 나의 정돈되지 않은 말들을 별다른 제약 없이 맘껏 담을 수 있었기에 글쓰기에 부담이 없었다. 편안하게 원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자 당장 내일이 마감임에도 마음이 더는 조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쓰고픈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다음 날, 다다음 날의 글을 미리 예약 발행을 해놓을 정도로 일상에는 글감이 가득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자 바람이 빠졌던 글 근육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점차 옅어졌고 다시금 온전한 한 편의 글을 써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즈음, 다시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퐁퐁 샘솟았다. 티스토리 덕에 찾게 된 글쓰기에 대한 감사였다.
나는 이렇게 오늘까지도 티스토리 포스팅을 이어오고 있다. 조금은 가뿐한 마음으로 글을 마주하는 요즘이 꽤나 즐겁다. 앞으로 마주하게 될 사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나는 가능한 한 이 즐거움과 오래도록 동행해볼 생각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고 새로 사귄 글 이웃들과 소통하며 그렇게, 소소한 글들을 써나가 볼 예정이다.
아, 아무리 생각해도 티스토리를 시작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