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중고거래를 하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유형 4가지
요즘 전... 조금씩 정리하는 중입니다. 가진 것 줄이고, 필요없는것 내다 팔고, 왠지 모르게 떠날 준비를 하는듯 *^^*
1년간 제법 많은 물건들을 구입했고, 그 중에는 지금까지 아주 잘 사용하는 것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은채 짧은 이별을 고하는 물건들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일을 겪게 되는데요, 베스트와 워스트가 함께 섞여 있다보니 이젠 댓글만 봐도 대충 보입니다.
일단, 저는 유통업이나 판매업에 종사한 적이 없구요... 그쪽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평범한 사용자입니다.
그래도 블로그가 제법 많은 분들이 찾다보니, 중고나라나 유명 커뮤니티에 물건을 팔려고 올려놓지는 않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에는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습니다.
제 판매방식은 단순한데요, 일단 제가 사용하며 찍어놓은 수많은 사진과 나름의 리뷰 등을 충실히 올려두었었기에 구매하러 온 분들이 그걸 살펴보시고 - 이렇게 파는 거면 믿을만 하겠다 - 라고 사가게 만들자는 거였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아껴가며 쓴 제품을 내놓으니 필요하면 사가라!는 일종의 배째라식 판매인데요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이렇게 팔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 사는 물건이 없으면... 판매도 안하겠지만요)
사겠다는 분들의 댓글은 베스트, 굿, 노멀, 배드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일단 노멀은... 심플합니다.
"제가 사고 싶습니다. 010-XXXX-XXXX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뭐 군더더기 없습니다. 깔끔하고, 대부분 이렇게 댓글 남기신 분들과는 쿨거래가 가능하더군요.
굿은 이보다 조금 더 친절합니다.
"좋은 제품인듯 보입니다. 가끔 블로그 들려봤었는데, 인연이 맞아 제가 구입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듯 싶습니다. 제 연락처 남깁니다. 다른 분 예약이 없다면 제게 기회 주세요. 010-XXXX-XXXX 고맙습니다"
베스트는 감이 잡히시죠?
"알투비님께서 혹시라 이거 내 놓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파신다면 제게 파세요~라고
미리 댓글 남겨둘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러면... 폐가될까 싶어, 하루 이틀 오다보니 블로그 팬이 되었고..."
이렇게 자주 방문했었다는 티를 내시지요. 말 한마디에 천냥빚도 갚는다는데, 이런 분들께는 아주 조금이지만 할인도 해 드리고 그럽니다.
그런데, 몇몇 분은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다면서 빵도 사다주시고 - 어떤 분은 통닭을 샀는데 1마리 가격으로 2마리를 주었다며 제게 하나 주시는 분도 *^^*있답니다. 진짜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죠.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인연인데... 하며 좋은 분들과 만나서 기분 좋게 중고거래를 했던 경험이
아직까지는 더 많습니다. 줄줄이 올린 제품들 대부분이 그렇게 나가서 저도, 그 분들도 기분 좋았을듯 하구요.
개별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매매는, 부산에 사시는 의사선생님께 건네진 소니 RX1이었습니다.
조심스레 댓글로 "제가 부산에 사는데 구입할 수 있을까요"라고 글을 남겨주셨는데 댓글 느낌을 보니
어린 친구는 아닌듯 했고, 제 또래이거나 더 많은거 같아서 전화를 한번 드려봤습니다.
'RX1의 뒷면 액정주변이 코팅이 좀 벗겨졌는데 저는 문제없이 잘 썼지만, 그래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실거 같아
수리비 감안하고 가격할인을 합니다만, 그래도 직접 보시고 사시는 편이... 혹시 서울에 지인 있으시면'
이렇게 이야기를 드렸더니 대답이 '아이들이 서울에 있기는 한데...'라면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연세도 있으신거 같고, 자녀가 서울에 결혼해서 있다고 하시고, 짧은 통화였지만, 느낌이 좋아서
'앗, 그럼 그냥 포장해서 보내겠습니다. 받아보시고 문제 있다 싶으면 돌려보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죠.
(그럴일 없을거라고 걱정말고 보내라면서, 택배 영수증을 보내자 마자 입금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아끼던 장비인만큼 큰 마음먹고 편지하나 써서 패키지에 넣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장비이고 저는 라이카Q로 가서 파는 거고, 특징은 이렇고 장점은 이렇고 단점은 이렇고...
컴퓨터로 작성해서 출력한 후에 싸인해서 사탕 몇개와 함께 포장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후 문자로 답장을 받았습니다. 꼼꼼하게 잘 포장해줘서 고맙고, 편지까지 넣어준 것에
감동했다. 새 제품 산 것보다 더 좋다. 잘 쓰겠다. 고맙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파는 저도 좋았고, 사신 선생님도 아주 만족하시는거 같아, 지금까지 제 중고거래 역사상, 가장 기분 좋게 팔고 샀던것 같습니다.
사실 RX1과 같은 제품은 중고라도 해도 가격대가 워낙 높기 때문에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어찌보면 잘 끝난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봐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배드는 어떤 경우냐! 가장 쉽게 설명하면, 간 보는 경우입니다.
대형 커뮤니티에서 하던 습관 그대로, 저같은 개인의 블로그에서도 하는듯 한데요, 정말 예외없이 짠듯이 똑같습니다.
"팔렸나요"
배드 유형 댓글은 대부분 이렇게 시작됩니다.
팔리지 않았으면 내가 사고 싶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판매여부만 궁금한건지... 밑도 끝도 없이 이렇습니다. 답 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빨리 팔아치우고 싶은 생각이 있으니 댓글은 답니다. "아직 안팔렸습니다"
배드의 상당수는... 이렇게 제가 댓글을 붙이고 나도, 연락이 없습니다.
대체 왜 물어본건지는... 영원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ㅠㅠ
슬슬 워스트로 넘어가려는 댓글은 팔렸나요 뒤에 한두개 더 붙습니다. 길어지죠.
이를 막기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적어두거나 예전 리뷰한 블로그 포스트를 링크시켜놓아도 질문이 많습니다.
XX는 XX라는데 어떤가요? 제품의 기본 성능을 묻거나, 풀박스 모두 다 들어있다고 하는데도 빠진건 없나요? 라고 묻거나 무슨 무슨 기능을 제공한다는데 그거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잘 되나요... 로 나가면서 댓글이 마치 채팅처럼 이리저리 길어집니다.
진짜 워스트 케이스는 예약하겠다고 한 이후인데요, 늦은 밤까지 기다리게 하고는 정작 시간이 되서도 연락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야근때문에 늦어 10시반에 온다고 해 놓고, 기다리다 10시 40분에 문자 보내면 야근이 늦어진다고 힘들거 같다고 합니다. 오늘 힘드니 내일 사겠다는 뜻이 아닌건... 안 봐도 아시겠죠.
진짜 워스트는 아예 연락도 없죠. ㅎㅎㅎ
그런데요... 가만 보면, 이런 워스트 물건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살까말까 망설이는, 소위 가성비가 높은 비보탭노트8같은 제품인데요, 이런 제품들은 태생적인 한계가 종종 있더라구요. 예컨대 비보탭 노트8의 경우에는 와콤 터치가 이상한 경우가 종종있고, 화면 불량도 좀 있고 그런다는 건데요...
어찌보면 배드/워스트 중고매입자는 제품따라 생기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이젠 요령이 생겨서 그런 분들은 느낌 오는대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은 덜합니다만...
비슷한 상황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오늘도, 비보탭때문에 이리저리 댓글을 10개 이상 단거 같은데, 사겠다는 분이 두 분입니다.
한명은 다섯시에 오시겠다 했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안 오실거 같고,
다른 한명은 금요일에 시간 되냐고 물으셔서... 연휴에 나오는거니 약속 제대로 잡아달라고 댓글 썼는데
답이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ㅎㅎㅎ 이런 제품의 경우 그냥 상자에 담아 쳐박아두는게 정답일지도 모르겠어요.
팔리면 팔리는거고, 안팔리면 그냥 쓰는거죠 뭐.
새 제품에 대한 물욕이 사라지면... 중고거래를 안하게 되겠지만, 계속 새 제품들이 나오고 전 갖고 싶은게
아직도 많다보니... 중고거래의 지혜를 길러야 할거 같습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