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다 할 수 있기때문에 브랜드를 만들고, 브랜드의 성과를 만든다.
앞선 3편의 글에서는 마케터라는 직무가 다른 직무와 함께 일하게 된 배경과 그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나름의 방법을 적어보았다. 이제는 조금 더 "마케터"의 일을 풀어보려고 한다.
IT서비스의 마케터 그리고 스타트업 마케터라면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내용일 것 같다. 다양한 일을 맡게되었고 그로 인해 서비스의 실체가 만들어지는 부분은 서비스를 만드는 '작업자'로 매우 뿌뜻한 일이었지만, '마케터'가 하는 일이 맞나? 나는 앞으로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은거지..?라는 의문점은 더욱 쌓여만 가는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올라운더' 이고, 나쁘게 말하면 '잡부'였다.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는 각자의 담당 부분이 명확하다. 서비스의 특정 부분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한다. 콘텐츠가 다양해질뿐 그들이 작업하는 수단이 바뀌지 않는다. 기획했고, 디자인했고, 개발을 했고..
하지만, 마케터인 나는...
로고와 슬로건을 만들고 상표출원을 하고
사이트에 Google analytics 신규 세팅을 하고 이벤트를 정의하고
유입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고 운영하고
콘텐츠를 삽입할 관리자를 기획하고 QA하고
메일과 문자 마케팅을 위한 솔루션을 탐색하고 견적을 내고 계약을 하고 도입하고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고
등등등....
어느 순간 '어.. 나 이렇게 하는게 마케터의 커리어에 맞는 방향일까,,,?'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가장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마케터란 소비자와 접촉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나름의 정의를 하고 있었기에, 메일 솔루션을 찾아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보다, 메일을 수신하는 타겟의 고민과 소재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메일 콘텐츠에 대한 내용을 고민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마케터로의 가장 큰 답답함이었다. 또한, 관리자를 사용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케터'가 관리자 페이지를 기획해야한다는 인력의 아쉬움도 크게 다가왔다.
그와중에 나 말고 다른 작업자들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본인의 콘텐츠를 차곡하게 쌓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왼쪽이 다른 작업자들... 뭔가 위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이고
오른쪽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들의 느낌... 바닥의 여러개의 구덩이를 파고 있는 듯한..
어느순간 나는 '마케터의 업'을 하지 않고 '잡다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낙인을 찍었다.
초기 스타트업의 마케터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 같다.
마케터 채용공고들을 보면,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CRM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등등 마케팅의 분야도 세분화되고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잡부로 일을 하다가는 여기서는 필요한 사람이 맞지만, '마케터의 업'을 지속하기에는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잡부'야 말로, 진정한 스페셜 리스트로 가기 위한 분명한 기반이 된다는 사실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반 업무는 초기 세팅 기간에만 반복될 수 있도록 하고 브랜딩을 직접적으로 해야할 시점에는 조금 더 명확한 타겟 분야를 만들수 있도록 업무 조율을 하길 응원하고 싶다.
잡부라고 생각될 수 있는 업무들이 마케터에게 어떤 역량을 키워주는지 길게 리스트 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마케터의 업'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업무들이 지금 일을 하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기도 하고, 내가 해봐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점을 나누어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싶다.
1. 솔루션 계약을 위한 업체 리스트업으로 마케팅 운영 전략 자동 완성
-메일 솔루션, 문자 솔루션, CRM 솔루션 등등 마케터가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해야하는 솔루션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각 솔루션마다 기능적인 차별화가 분명히 있다. 기능적인 차별화부분을 우리 서비스에 가장 적합하고 활용도 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운영전략이 구성된다.
2. 업체와 계약서 논의하다보니 사업 제휴 역량 강화
- 광고 대행계약서도 쓰고, 솔루션 계약도 하다보니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계약건들이 마케터에게 몰리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계약서 검토 작업과 세부 협의 사항을 조율하는 작업들이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약 기간과 항목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비용처리 방법을 결정하고, 업체 컨디션을 파악하는 것 등 제휴 마케팅에 필요한 역량이 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업체가 필요한 것을 무조건 요구하기보다 양사의 가능여부를 적절히 조율해 대응하는 것..! 최근 브랜드 마케터가 제휴 마케팅을 필수 역량으로 요구하는 곳이 많다는 점역시 강점이다.
3. 다양한 사람과 협업을 통해 다양해진 관점은 문제 해결능력을 up
- 모든 업무는 각자의 관점으로 평가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가장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계약을 위해 솔루션 이사, 실제 실무 개발자, 내부 개발자, 내부 디자이너, 계약을 위한 법무 검토, 데이터 연동을 위한 정보보안검토, 기획자와의 정책 협의, 마케팅을 위한 활동방안 구성, 비용처리를 위한 재경팀과의 논의 등등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만나야할 단계가 정말 많다. 처음에는 이런 시간들이 소모적이라고 느꼈지만, 지금은 각 단계에서 발생될 리스크를 사전에 예측하고 먼저 조율하거나 대응방안을 던져줄 수 있다. 일을 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방법이 체득되게 될 것이다.
4. 광고효율이 좋다고, 콘텐츠를 잘썼다고 해서 실제 브랜드의 성공지표를 만들수는 없다는 점을 안다.
- 마케터로 가장 필요한 시선을 배우게 된다. 마케터의 업을 시작하는 초반에는 키워드광고 성과와 효율이 좋으면 나는 최고의 성과를 낸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하지 못한 점은 키워드 광고 성과가 전체 브랜드 성과에 얼마의 비중을 가지고 있는지, 실제 주요 성과에 어느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사실 경력이 쌓여간다고 아는 점도 아닌것 같다. 각자가 본인의 업무만 보기 때문에..
- 하지만, 올라운더 마케터는 자연스럽게 모든 활동을 브랜드 성과 지표로 분석해볼 수 있게 될것이다. 단순히 광고 효율이 좋아요!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체 회원가입에서 특정 콘텐츠를 통해 유입된 사용자의 비중이 어느정도인지, 이 콘텐츠가 사용자의 활동성을 어떻게 이끌어내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광고와 CRM 등 다양한 마케팅 채널로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결국 그동안 내가 체득한 모든것을 서로 연결하여 하나로 모아주는 힘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잡부라고 생각드는 순간이 있을 것같다.
사실 나도 잡부 마케터라는 생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많은 마케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커뮤니티도 참여해보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기도 했었다. 모두가 나와 비슷하게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나만 그런건 아니구나 하는 위안을 얻을 정도였다) 이런 모든 활동들은 결국은 브랜딩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 나의 상품을 알리는 역할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잡부가 아닌 '올라운더'의 낙인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잘 해내가고 있는 것이다..!!
ps. 튀르키예 여행을 갔다가 찍은 승리의 여신 니케 동상.. 나이키 로고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진을 넣을까 많은 고민을 하다가 승리를 만들고 있는 마케터들의 열정이 딱! 표현된 것 같아서 선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