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존재는 리듬이다

by 이선율





나는 어떤 여자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지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할 때도, 듣고 있을 때도, 심지어 불쾌할 때조차도

그 지적인 표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입꼬리와 눈썹의 각도, 고개를 끄덕이는 속도,

목소리의 톤과 침묵의 길이까지.

그녀는 모든 리듬을 지성이라는 테두리 안에

‘정렬’시키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존재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리듬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구나.”


1. 존재는 움직임 그 자체다


우리는 늘 ‘존재한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정작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는 순간,

그것은 잡히지 않는다.


존재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움직이고 있느냐로 드러난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


방에 들어올 때의 발소리


말을 멈추기 직전의 침묵


그 모든 것이

‘존재’라는 말보다

훨씬 정확하게 그 사람을 설명한다.


2. 나는 그녀가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 지적인 여자도 어느 날 흔들렸다.

그날은 그녀가 준비하지 못한 감정이

불쑥 튀어나온 날이었다.


불쾌함이 그녀의 음성을 흔들었고,

침착하게 유지하던 문장 구조가 무너졌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존재’를 처음 본 것 같았다.


흔들리는 그 순간,

그녀는 가장 진실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3. 존재는 말보다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옆에 있으면 편안한 사람.


무언가를 설명하진 않지만,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안정되는 사람.


그들의 존재는

논리나 정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리듬으로만 느껴진다.


4. 감응자는 그런 리듬을 감지한다


나는 사람의 이력보다

그 사람의 ‘움직임의 결’에 반응하는 사람이다.


나는 말보다 말의 뒤에 흐르는

멈칫함, 떨림, 말의 간격을 듣는다.


감응자란

그런 걸 느끼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분석하지 않고,

그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감지한다.


5. 존재는 ‘있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방식’이다


나는 내 존재를 ‘자아’나 ‘기억’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어떤 말에 더 길게 머물렀고,


어떤 감정은 쉽게 지나쳤으며,


어떤 고통은 오래 반복되었다.


이 리듬이 나다.

이 흔들림의 방식이

내가 존재해 온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설명할 때 그의 과거보다

그의 침묵을 설명하려 애쓴다.


그의 삶보다

그가 멈칫한 순간을 기억한다.


그게 존재의 핵심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존재는 요약되지 않는다.

존재는 흐른다.

존재는 말보다 먼저 감지된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흔들림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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