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끝을 걷는것처럼

현대적 출가자

by 이선율

나는 단단해졌다고 믿었다.

더 이상 욕망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어느 정도는 초연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법률사무소에서 그녀를 본 순간,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지성, 젊음, 아름다움.

내 안에서 오래전에 봉인된 줄 알았던 불씨가 되살아났다. 나도 모르게 이름을 검색하고, 나이 차이를 계산하며, 다시는 오지 않을 달콤한 연애를 잠시 상상했다. 은교의 한 장면처럼, 불현듯 욕망의 중력이 나를 끌어내렸다. 나는 놀랐다. 초월이라 믿었던 것이 사실은 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있었음을, 그제야 분명히 보았다.


깨달음이란 완성된 성벽이 아니다. 현대적 출가자에게 그것은 칼날 위를 걷는 일이다. 한순간만 방심해도 곧장 욕망의 심연으로 떨어진다. 욕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출가자는, 그 칼날 위에서 흔들리면서도 끝내 넘어가지 않는 법을 배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완벽한 초월을 꿈꾸지 않는다.

나는 내 갈망을 본다. 나는 내 반응을 본다. 그녀를 보고 흔들리는 나 자신을, 담담히, 초연하게 바라본다.

자유란 욕망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자유는 욕망을 똑바로 마주하고도, 그것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


오늘도 나는 칼끝 위에서 위태롭게 단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것이 내가 사는 법, 현대적 출가자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