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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an 26. 2020

명절 스트레스

 명절만 되면 늘 반복되는 뉴스 기사들이 올라온다. 특히 며느리들이 겪는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기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도 우리 어머니가 명절에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린 시절에 보았고, 결혼 초기에 Suna가 그런 스트레스 받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기사이다. 


 그런데, 그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비단 며느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명절만 되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지금은 좀 괜찮아졌지만, 명절에 본가에 가는 일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나와 부모님, 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명절에 아버지 댁에 가면 정말 바늘 방석이었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어쩔 때는 명절에 아버지 댁에 가지도 않았다. 아버지 댁에 가려면, 전날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오전에 잠깐만 다녀와도, 정신적인 피로도가 심해서 그날 하루는 그냥 쉬어야 했다. 물론 지금도 아버지 댁에 가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Suna 부모님도 찾아 뵈야 하는데, 이것 역시 나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두 분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Suna아버지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신다. 어쩔 때는 나도 모르는 사촌분들이 가득 계시고, 그 안에서 Suna를 포함해서 다들 즐겁게 지내는데, 나만 불편하다. 내 성격이 사람 많이 모이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여러 사람들과 친한 척 지내는 것이 마음속으로 너무 힘들다. 게다가, Suna식구들이 다들 술을 좋아하시고, 잘 마셔서 술을 마시며 내게도 권하는데, 나야 세 잔만 마셔도 그냥 자기 때문에 그 술자리도 너무 불편하다. 


 이번 명절도 설 당일에 아버지 댁에 가서 인사드리고, 오후에는 Suna 부모님을 찾아 뵙고, 그러고 집에 오니, 뭔가 큰 숙제를 다 끝낸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내가 지금 보다 더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더 어른이 되면, 난 명절에 조용히 지내고 싶다. 


 가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쓸쓸함을 느끼냐고? 절대 안그렇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혼자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집안에 혼자 있는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날씨가 너무 좋은 여름날,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쇼파에 누워 있으면 그 보다 좋은 것이 나에게는 없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기 보다, 조용하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 것이 나다. 한중진미 (한가함 가운데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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