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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Jun 14. 2020

약간 바뀐 생각들

 내 나이 이제 40 중반이 되었다. 예전에 부모님의 흰머리는 부모님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거울을 볼 때 마다, 가끔 흰머리가 하나씩 나고 있고, 이제 점차 그 흰머리가 내거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가끔씩 나는 흰머리가 불편하고 신경이 쓰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가끔 나는 흰머리를 더 그리워 할 것이다. 


 점점 세월이 흐르다 보니, 나의 가치관과 생각도 많이 변했다.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도덕적인 것들을 떠나서 내가 살고 겪으면서 얻은 교훈으로 내 가치관이 형성이 되었고, 지금은 내가 유년시절에 학습에 의해서 강요되었던 가치관들이 내 스스로 깨달은 가치관으로 대체되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 하루를 아끼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뭐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 세상에 후회 없는 인생이 어디 있다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산다고 그러냐? 모든 사람들이 다 후회하며 땅을 치며 사는 거지라는 것으로 생각이 변했다.


 왜 모든 사람들은 전부 후회를 할까? 이것을 풀어보면 욕심은 많은데 그 욕심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그러한 욕심을 채워줄 수 있는 물질적 혹은 정신적인 것들은 유한하다. 무한과 유한이 싸우면 당연히 무한이 이기지. 그러니까 우리의 욕심은 늘 채워지지 않고, 늘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선택해도 후회가 남는 것이다. 


 후회를 최소화 하자고 하며 살아도 그게 정말 후회가 최소화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리 후회를 최소화 하자고 해도, 정말 후회가 최소화 되었는지 모른다. 매번 무언가를 할 때 혹은 계획 세울 때 마다 후회, 이런 것을 생각하기에 우리 인생은 짧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하자. 세상에 무엇이 바르게 살고, 무엇이 바르지 않게 사는 것인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며, 법의 테두리에서 살면 그걸로 B는 했다고 생각이 든다. 세상의 범법자와 민폐인 들을 생각하면 B를 받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또 생각이 드는 것이, 돈에 대한 생각이다. 예전에는 재벌들이 뉴스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상속에 편법을 저질렀다, 재벌이 법을 어겼다, 이혼을 했다, 형제끼리 소송을 한다 등 각종 송사에 휘말리는 소식을 들으면, 속으로 ‘그래, 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해? 차리라 저렇게 안 살고 마음 편하게 사는게 좋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뉴스에서 보는 재벌들의 모습처럼 불편하게 살아도 아주 잘 살고 싶다. 재벌이 별거 아니야, 부자들은 피곤해 라는 생각은 내가 그 만큼 부자가 아니라서 드는 자위였다. 여우가 먹지도 못하는 포도를 보고, 그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꺼야 라고 생각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호화로운 생활을 해 보면, 분명히 그 생활만이 갖는 좋은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다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돈을 벌고 부자가 되려고 하지.

 

 죽음에 대한 태도도 다소 바뀌었다. 예전에는 죽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고 두려웠다.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슬프고 안타까울 것이다. 내가 죽는 것도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죽음은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 할 운명이다. 그 날이 언제 오든지 간에 즐겁게 살고 싶다. 죽음이 다가오면, 이제 때가 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죽으면 될 것 같다. 


 고통스럽지만, 분명히 우리 몸은 그 고통을 견딜 수 있거나 잊을 수 있게 설계되었을 것이다. 아마 죽을 때 후회하지 않고 죽은 사람은 몇 명 없을 것이다. 일반화 하자면 누구나 후회하는데, 뭘 해도 후회하는데, 죽기 전까지 마음 가는 대로 살고 싶다. 죽기 전에 아주 최고의 부자도 되어보고, 죽기 전에 온갖 재미를 다 느껴보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지탄받을 일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몇 개는 하고 살아왔다. 그래, 그게 우리 사회의 테두리의 관점에서 비춰보면 내 잘못이다. 그럼 쿨 하게, 미안해 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나를 위한 합리화는 잘못에 너무 얽매일 필요도 없다. 


 한번 잘못해도 또 잘못할 수도 있다. 너무 얽매여서 나를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나? 그 잘못이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 지고, 사회의 통념이 바뀌면 더 이상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나를 위한 변명은 그 잘못에 너무 목 메이지 말자.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지금 이 순간을 몰입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자. 다시는 돌아 오지 않을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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