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니옹 행정수도 생드니 탐방기
생드니 하면 나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게토이다. 프랑스어에서 성인을 뜻하는 ‘생(Saint)’와 이름인 ‘드니(Denis)’가 합쳐서 데니스 성인을 뜻할 텐데 왜 게토가 떠오를까. 그 이유는 나의 파리 생활에서 기인한 것 같다. 파리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생드니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파리에서 몇 키로 떨어진 교외에 위치한 생드니는 사회 취약계층 사람들이 많이 살아 범죄가 많기로 유명하다.
내가 가진 생드니의 이미지를 한 번에 바꿔준 건 레위니옹 행정수도 생드니를 다녀오고부터다. 바다가 맞닿아 있는 이곳은 정돈된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거리는 깨끗하다. 섬의 북쪽 끝에 위치한 생드니는 17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 동인도회사가 배들이 정박하기 적합한 환경에 있어 거점으로 삼아 무역을 하면서 발전했다.
생드니에는 슈퍼마켓에서부터 유명 브랜드 상점들까지 없는 것이 없다. 이 중에서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찾은 곳은 맥도날드이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들어갔지만 마음이 안 좋아진 건 버거 세트의 가격을 본 이후다. 대부분 9유로, 한화로는 1만 2천 원이 넘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주문한 이 버거 세트는 내 생에 가장 비싼 세트로 남았다. 감자튀김 한 조각도 남기지 않았다. 레위니옹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유로를 사용하는 데다가 섬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프랑스 본토의 물가보다 7% 정도 더 비싸다. 비싼 물가 때문에 현지인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배를 채우고 시작한 산책에 친구가 처음으로 데려간 곳은 뤼 드 파리 (rue de Paris, ‘파리의 거리’라는 뜻)이다. 생드니의 샹젤리제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거리에는 과거 부르주아들이 살았던 건물이 보존되어 있다. 크레올 집(Case créole)은 프랑스, 인도,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레위니옹 특유의 건축 양식이다. 네모난 건물에 바람을 막기 위한 널찍한 지붕과 지붕장식, 섬나라의 해를 만끽하기 위한 베란다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내에는 물론 프랑스 하면 빠질 수 없는 성당도 있다. 물론 레위니옹의 다양성을 대변하듯 절, 모스크, 힌두교 사원도 찾아볼 수 있다.
생드니에서 바닷가 산책을 빼놓을 수 없다. 바라슈아(Le Barachois)에 가면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동상이 하나 있어서 친구에게 물어보니 롤랑가로(Roland Garros)의 동상이라고 한다. 프랑스 테니스 대회의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롤랑가로는 생드니 출신 사람이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때 활약한 비행기 조종사였던 그는 1913년에 최초로 비행기로 지중해를 건너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러고 보니 레위니옹의 국제공항 이름도 롤랑가로였다. 세계적인 비행기 조종사가 레위니옹 출신이라니! 비록 롤랑가로가 레위니옹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평생 세계의 하늘을 누비고 다니며 마음속으로 이 자그마한 섬 레위니옹을 품고 있었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