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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Apr 14. 2021

프랑스 스타트업에서는 존댓말을 쓸까 반말을 쓸까?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가장 낯설어하는 것은 존댓말일 것이다. ‘요’는 물론이요 ‘습니다’,  ‘다, 나, 까’까지 있으니 단계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어느 상황에서 어떤 존댓말을 써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반면 프랑스어는 존댓말이 하나의 형태로 존재한다. 바로 vous 형태이다. 


보통 ‘너’는 ‘tu’ 당신은 ‘vous’이다. vous는 동시에 문맥에 따라 ‘너희들, 당신들’의 의미도 갖는다. tu를 사용하여 말하는 것을 tutoiement, vous를 사용하여 말하는 것을 vouvoiement이라고 부른다. 

한국어에서는 반말, 존댓말을 사용할지의 판단하는 기준은 나이와 사회적 관계이다. 처음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동갑이었던 동기들은 쉽게 반말을 한 두 살 차이가 났던 동기들은 한동안 존댓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를 보면 한국에서는 관계보다는 나이가 조금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어에서의 존댓말은 나이보다는 사회적 관계가 조금 더  중요하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tu, 멀거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관계에서는 vous를 사용하는 것이다. 가족문화에 따라 vous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족,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tu를 사용한다. 


나의 친한 프랑스 친구는 오랫동안 은행에 다니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게 됐다. 이직한 회사 분위기가 어떻냐고 물어보는 말에 친구가 출근 첫날 자기의 상사에게 당연히 vous를 사용하여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상사가 자기한테 vous로 이야기할 거면 본인에게 말을 걸지 말라며 바로 tutoiement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렇게 자유로운 스타트업 분위기라며 이직한 것을 굉장히 만족해했었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라도 상사에게 반말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손주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밥 먹었니?라고 물어보는 것 또한 생소하다. 이런 의미에서 프랑스의 vouvoiement, tutoiement은 한국의 존댓말, 반말과는 비슷하지만 조금 결이 다른 듯하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도 역시 ‘우리 반말할까요? (On se tutoie?)’라고 물어보는 건 예의이다. 


반면 나는 반대의 경험이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어학연수를 가서 처음 프랑스 사람과 대화해본 나로서는 같은 어학연수 수업반 친구들과 얘기한 경험이 많기에 tu를 사용하는데만 익숙해져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막상 프랑스어로 업무를 하기 시작했을 때 vous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어떤 사람이 존댓말이 더 적절한 상황에서 반말을 했을 때 ‘너 말이 짧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프랑스어에서도 동사변화를 들여다보면 tu의 동사변화가 길이가 짧고, 반면 vous는 길다. 반말이 항상 짧은 것이 만국 공통인가 보다.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 독자들은 꼭 vous로 이야기하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 진후 tu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추천한다. 이 순서로 공부해야 프랑스에서 ‘너 많이 짧다?’라는 핀잔을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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