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한 번쯤 반대로 하고 싶은 청개구리 같은 심보가 있을 거다. 보통 무엇이 지루할 때 특히나 그렇다. 프랑스 사람들의 청개구리 같은 심보를 보여주는 언어 습관이 바로 verlan이다.
verlan은 은어인데, 단어의 음절을 반대로 말하는 방식을 말한다. verlan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도 ‘반대’의 의미인 l’envers의 음절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언어 방식은 원래는 1800년대부터 파리 외곽지역의 젊은이들이 사용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1800년대의 당시 젊은이들도 청개구리 같은 마음은 여전했나 보다.
프랑스에서 ‘와 미쳤다!’라고 할 때 ‘c’est fou!’라고 하면 ‘미쳤다’라는 형용사가 왠지 정직하게 단어가 쓰여서 그 느낌이 덜 살아난다. 이를 조금 더 살리기 위해 프랑스 사람들은 ‘c’est ouf!’라고 한다.
◾ f ou → ou f
f와 ou의 두 음절을 거꾸로 발음해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이다. 몇몇 verlan 들은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였지만 이제는 사전에까지 올라와 30,40대까지 넓게 사용되는 말이 되었다. 동사, 형용사, 명사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 적용되는데, 몇 가지 프랑스 사람들이 자주 쓰는 verlan을 더 살펴보자.
동사의 대표적인 예로는 ‘(누구를) 꼬시다’라는 속어인 choper라는 동사를 바꾸어 pécho라고 한다.
◾ cho per → pé cho
형용사에는 흔히 쓰는 ‘짜증나’라고 이야기할 때는 ‘짜증난’의 형용사 énervé 를 바꿔서 vénère라고 사용한다.
◾ é ner vé → vé nèr e
‘이상해’라고 할 때는 ‘의심스러운’이란 뜻을 가진 louche를 바꿔서 chelou가 된다.
◾ lou che → che lou
명사로 넘어가 보자.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도 아는 명사인 ‘감사’ merci는 cimer로 변한다
◾ mer ci → ci mer
파티는 프랑스어로 fête이지만 이를 바꿔서 teuf라고 말한다.
◾ fê te → teu f
눈치챘다시피 항상 음절을 정확히 반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자음 모음들이 발음의 편의성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기도 한다. 이 중 가장 널리 쓰이는 verlan 은 아마 meuf 일 것이다. ‘여자’라는 명사의 femme을 바꾼 것이다.
◾ fem me → meu f
하지만 meuf라는 말이 너무 많이 쓰인 이후로부터는 반대로 한 단어를 한번 더 반대로 하여 femeu라고 하기도 한다.
◾ fem me → meu f → fe meu
페이스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잃기 시작한 때가 부모님들 세대들이 가입하기 시작해서부터라는 우스갯 소리를 들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뻔한 거, 누구나 아는 것을 벗어나, 신선하고 우리끼리만 통하는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유전자가 있나 보다. 위의 단어들도 언젠가 식상해 졌을 때 그 식상함과 함께 사라질 슬픈 운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