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주리 May 08. 2021

바쁘다 바빠,파리 사회


나의 고향은 경상북도 김천이다. 분명 내 고향의 도시 이름이지만 90년대 김밥천국이라는 식당이 생기면서 놀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김밥천국이 인기를 끌고, 사람들은 김밥천국을 줄여 김천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고향이 김천이라고 하면 김밥천국이 고향이냐는 시답지 않은 농담을 듣기 시작했던 게 그때부터였다. 

한국사람들은 줄임말을 정말 좋아한다. 생일선물을 생선, 점심 약속을 점약이라고 한다. 할 말은 많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적어서일까. 프랑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파리 사람이라면 더더욱 줄임말을 많이 사용한다. 


처음 프랑스어를 배웠을 때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데 도통 이해도 안 되고,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가 있었다. 그 단어는 바로 쉐빠 (chépa). 질문을 하면 모든 대답을 ‘쉐빠…’ 하면서 대답을 해줬다. 답답한 마음에 프랑스 친구한테 물어봤다. 

보르도의 노천카페


친구 말로는 chépa는 ‘나도 모르겠다’인 Je ne sais pas의 줄임말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Je ne sais pas가  chépa로 줄어들었는지 그 내막을 살펴보자.



Je ne sais pas → Je sais pas

우선 프랑스어에서 부정문을 만드는 방법은 동사의 앞 뒤에 ne .. pas를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구어로 흔히 ne는 발음하지 않고 pas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Je sais pas가 되었다. 


Je sais pas → Je sai pa

프랑스어에서는 많은 경우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기 때문에 sais의 s와 pas의 s가 묵음이 되어 실질적으로 발음이 나는 문자만 적으면 Je sai pa 가 된다. 


Je sai pa → Je sé pa

Je sai에서 ai는 é 와 발음이 동일하게 때문에 두 자에서 한 자인 Je sé로 변한다.


Je sé pa → chépa

마지막으로 Jes 또한 한 음절인 ch로 줄여버린 것이다. 


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어 초보였던 당시의 내가 알아 들었을 리 만무하다. 이 외에도 파리 사람들은 줄임말을 참 좋아한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점심 먹을래? (Et si nous déjeunions ensemble?)를 on se fait un déj?로 바뀐다. 점심 식사인 déjeuner를 déj로 줄여서 말이다. 


고유명사도 예외는 없다. Saint-michel은 saint mich로 Saint-Germain-des-Près는 Saint-Ger로 줄여버린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 프랑스에서 유난히 파리 사람들의 시간은 빨리 가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사람같이 말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