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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y 05. 2021

프랑스 사람같이 말하는 방법

같은 수준의 단어를 알고, 배운 시기도 비슷한 두 사람이지만 알게 모르게 한 사람이 더 잘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발음이나 억양이 한 사람이 더 자연스러울 경우가 많다. 발음은 외국어를 배움에 있어서 그 중요성을 누구나 다 알지만 생각보다 억양에 대한 중요성은 많이 강조하지 않는다.


내가 처음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났을 때는 책으로 배운 프랑스어는 많았지만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당시 어학원에서 매일 3시간 넘게 프랑스어 수업만 들으며 오후에 집에 와서는 새로 배운 표현, 문장 등을 되새겼다. 그 시절 나보다 한 학기 먼저 어학연수를 간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고작 한 학기 있었다고는 믿기지 않은 정도로 이미 프랑스 사람과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했다.


그 선배가 나에게 어학연수 생활은 어떤지, 요새 어떤 걸 새로 배웠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당당히 최근에 배운 문장을 최대한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이 문장을 듣고 선배가 해준 말은 ‘조금 더 프랑스 사람같이 얘기해보면 어때?’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한 단어 한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에만 집중하여 문장 자체의 억양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선배의 지론은 ‘프랑스 사람같이’ 말하려고 노력하면 자연스레 속도, 억양 또한 연습이 된다는 것이었다. 정말 단어 단어를 발음하는데 힘을 빼고, 내가 프랑스 사람이 된 냥 발음하니 더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 이후로 나는 외국어를 공부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어떻게 하면 그 나라 사람처럼 말할까?’가 되었다. 이 질문을 가지고 외국어를 공부한 결과 지금은 프랑스인들에게 자주 아시아계 프랑스인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었다. 물론 여성 명사, 남성 명사 한 번을 틀리게 되면 금방 프랑스인이 아니라는 것은 들통나지만 말이다.


나는 이 질문은 한국어를 공부하는 프랑스 친구들에게도 자주 적용한다. 막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내 이름은 린다입니다.’를 막 말하기 시작한 친구한테도 ‘조금만 한국 사람같이 말해보면 어때?’라고 하면 금방 문장이 자연스러워진다.


‘프랑스 사람같이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한 팁은 바로 말과 말 사이의 버벅거릴 때 나오는 말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어를 정말 잘하는 미국 친구가 있었는데, 모든 발음이 완벽한데 고민할 때 ‘엄’ 혹은 ‘웰’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친구는 말할 때는 한국 사람이었지만 고민할 때마다 나오는 말은 영락없는 미국인이어서 그러한 소리가 ‘아, 이 친구가 미국 사람이었지.’라는 불필요한 상기 시켜주었다. 그 친구에게 한국말을 할 때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어’ 혹은 ‘음’으로 대신 말해보라는 제안을 했고, 몇 번의 연습만으로 금방 고쳐졌다. 그랬더니 친구의 한국어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이 예를 프랑스어를 배우는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어’와 ‘음’ 대신 프랑스 사람들이 고민할 때 쓰는 소리인 ‘euh’ 소리를 내보자. 이 소리는 입모양은 ‘어’를 하며 발음은 ‘으’를 하는 [ø] 발음이다*. 이 고민하는 소리만 바꾸어도 프랑스 사람의 반은 따라갈 수 있다. 오늘부터 말하려던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땐 ‘음’ 대신 ‘euh’로 고민해보자.


*이 발음에 대해 궁금하다면 ‘누가 유럽을 ‘유’ 럽이라고 했나?’편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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