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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리 May 19. 2021

처음 보는사람과도 볼뽀뽀를

프랑스를 처음 갔을 때 제일 당황스러웠던 문화 중 하나가 바로 비즈(la bise) 문화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얼굴을 내쪽으로 들이밀면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게다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볼까지 들이미는데 당황스럽지 않은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즈는 프랑스어로 뽀뽀를 말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인사를 할 때 양 볼을 한 번씩 맞대며 하는 인사이다. 비즈는 뽀뽀를 의미하지만 사실상 정말 볼에 뽀뽀를 하지는 않는다.


실상 그들이 하는 건 서로 한쪽 볼만 맞대고 입으로 쪽 하는 소리를 내고, 반대 볼을 맞대로 쪽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정말로 볼에 뽀뽀를 했다가는 이상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론 할머니가 손녀 손자를 만난다면 볼만 맞대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 인사 문화는 정말 일상에 녹아 있다.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가끔 동료,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관계의 관련성이 있다면 비즈로 인사를 한다. 프랑스에서 친구를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 그 친구와 거리를 걸어가는데 그 친구의 친구들을 만났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 4명의 친구와도 졸지에 비즈를 하게 됐는데, 그 어색했던 나의 몸짓과 그 길가가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


홈파티를 많이 하는 프랑스에서 파티에 초대된다면, 그런데 조금 늦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와 있다면 그 수가 몇 명이더라도 그 자리에 있는 한 명 한 명 모두 비즈를 해야 한다. 인사하는 데만 해도 정말 시간이 걸린다. 물론 헤어질 때도 예외는 없다. 막차를 타야 된다면 모두와 비즈로 인사를 해야 하는 시간까지 고려하여 더 일찍 파티를 나서야 하는 것이다.



파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왼쪽(오른쪽 볼)에 먼저 하고 오른쪽에 하지만 남부와 서부 쪽에서는 오른쪽 먼저 하고 왼쪽을 한다. 방향은 비즈 문화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방향을 맞추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코 박치기를 하거나, 원치 않는 진짜 뽀뽀까지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한 가지 더 한국과 다른 문화는 연인이 되는 방식이었다. 연인관계로 발전할 때 고백이나, 사귀자는 명백한 발언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상대방과 사귀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냐고 프랑스 친구에게 물으니 쉬운 방법이 있다고 했다.


사귀지 않는 것이면 만날 때 비즈로 인사할 것이고, 사귀는 사이라면 입술에다 뽀뽀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관심 있는 이성을 만나고는 있는데 나 조차도 우리가 사귀는 사인지, 안 사귀는 사인지 애매하다면 인사가 힌트가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졸지에 가장 일상적인 인사조차 못하게 된 프랑스 사람들이 특히나 더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비즈 문화도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해 완전히 없어졌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20세기 1차 세계대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비즈 문화가 나타났다고 하니, 이번 코로나가 종되면 이후의 프랑스의 비즈 문화가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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