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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영 Apr 18. 2022

회사를 그만 두는 건 쉽다.

나의 15년 지기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그만둔다는 말을 못해, 이직도 못 하고, 그냥 이 회사 평생 다녀야 해.”라는 말을 하곤 한다. 회사 면접이라는 걸 처음 본 그곳에서 9년이 넘게, 과장까지 달면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걸 보면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심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처럼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들이 더러 있더라. 소속감을 잃는 것이 두려워 이직할 곳이 정해지고 나서야 퇴사를 결심하는 이들도 있더라.     

그러나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두세 달 전에 사내에서 친한 동료와 사수에게 회사 그만둘 거라고 말하고, 한 달 전에 서류 절차를 밟고, 인수인계하고 업무가 오전 시간만 할애하고도 충분히 해결될 만큼 줄어들었을 때 마지막 출근 날이 가까워졌음을 느끼며 신나게 회사와 안녕했다. 이직할 곳을 알아보지 않고 회사를 그만둬도 나의 내일이 걱정되지도 않았다. 미래에 대한 찬란한 기대나 넘치는 욕심이 없어서 일까. 걱정이 앞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땅에 어디 나 하나 일할 때가 없을까 싶었다.     


그렇게 나는 6번의 퇴사 경력을 얻었다. 퇴사도 경력이라고 표현한다. 오죽하면 출판사를 시작하고 처음 만든 책인 『믿을 구석은 회사가 아니었다』 이겠는가? 두 번째 책도 또 퇴사 이야기이다. 이번에는 제목에 직접적으로 ‘퇴사’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우리는 즐거운 퇴사 인간입니다』 막간 홍보를 하자면 4월 19일, 내일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랑, 관심 그리고 구매 부탁드립니다. (홍보 문장이기에 정중하게 존댓말로 써보았다)이처럼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쉽기만 하던 나는 ‘나의’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게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업자를 낸 지 6개월쯤 지났을 때 느꼈다. 개인사업자였기에 직원도 없고, 아르바이트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회사를 접는다고 해서 당장에 피해가 가는 사람도 없다. 오로지 피해의 대상이 나라는 사람 하나였지만, 그 책임을 오로지 내가 받기 때문에 그 또한 잘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회사를 그만둔다’라는 문장 앞에 ‘내 명의의, 대표 이름에 내 이름이 쓰여 있는’이 붙기 시작하니 심리적인 부담감이 전과는 달랐다.     


퇴사(退社)에 ‘퇴’는 ‘물러나다, 물리치다, 바래다’는 뜻이 있고, 폐업(廢業)에 ‘폐’는 ‘못 쓰게 되다, 버리다, 부서지다, 무너지다, 쇠퇴하다’는 뜻만 봐도 퇴보다 무겁고 부정적인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래서 쉽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다른 한자를 사용해서 단어를 만들었나 보다.     


폐업을 고민하는 시기가  6개월 만에 찾아왔냐면, 조금 일하고, 조금 벌고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업을 시작한 것인데 많이 일하고 조금 벌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야근하기 싫어서 퇴사했는데,  나는 집에 가지를 못하는가? 사무실은 전보다  집에서 가까워졌지만, 나는  항상 하루를 넘기고 막차를 타게 되는 건가? 질문의 대상이 없는 질문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책을 만드는 , 글을 쓰는 , 강의까지 단기간에 출판과 글에 관련된 많은 일들이 주어졌다.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인데,  중심에  있기에는 참으로 버거웠다.  없어서 폐업하는 것도 아니니 “조금만  버텨보자!   계약도 하고, 프로젝트도 맡게  거야!”라고 말해주는 응원의 소리가 응원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냐고?

아니,

오후 9시가 넘은 지금  순간도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다.

'나의' 회사를 그만두는 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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