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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9. 2023

예민한 꽃

#2

정원에 해줄 수 있는 일들은 많지만 실제로 그 일이 얼마만큼 정원에 도움이 됐는지, 혹은 오히려 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 안 좋아졌는지 알려면 정원에 예민한 식물들이 있어야 일찍 알 수 있단다.


사람들끼리 지낼 때도 예민한 사람들이 꼭 한 명씩은 있는데 괜한 걱정을 미리 하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남들이 다 괜찮다고 할 때도 혼자 불만에 가득 차있기도 해.


정도가 너무 심하면 불편할 수 있지만 만약 기준이 알게 모르게 느슨했다면 다시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단다.


정원에 심었을 때 어지간한 일로는 가드너의 속을 썩이지 않는 식물들도 많아. 그런 식물들은 심어놓으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도 잘 이겨내기 때문에 정원관리를 하면서 속상할 수 있는 일들을 줄여주지.


하지만 그런 식물들 사이에서만 오래 지내다 보면 정원에 문제가 있어도 잘 모르고 넘어가게 되는 때가 와. 거기에 스스로 너무 익숙해지면 정말 눈앞에 문제가 있어도 덮어버리기도 한단다.


작은 문제들이 모여서 커지다 보면 결국 네가 믿고 있던 식물들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게 돼.


정원을 가꾸다 보면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되고 그걸 해결하면서 정원을 가꾸는 능력도 늘어나지. 정원에 만약 예민한 식물들이 있다면 문제가 작을 때 미리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 나중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서부터 잘못 돼왔었는지 알려주는 길잡이가 돼줄 거야.


조금 신경 써야 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예민한 식물들을 정원에 심는데 너무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면 해. 세상엔 키우기 쉽다고 알려진 식물들이 많지만 막상 키워보면 어차피 저마다의 어려움은 있거든.


그렇게 어렵게 피워내는 꽃들이 대부분 예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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