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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19. 2023

정원의 시간

#2

만약 네가 정원의 시간을 생각할 때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원의 시간은 한없이 느리게 흘러갈 가고 너는 그 시간을 기다리는 역할이 될 거야.


하지만 정원이라는 공간이 끝없이 반복의 연속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게 된단다.


처음부터 모든 걸 알 수는 없으니 정원을 만들고 나서 한동안은 모든 게 새롭고 놀라울 거야. 새로운 지식들도 배우고,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매년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기쁨이 있지.


어느 순간부터 점점 새로운 것들이 줄어들다가 그 시간마저 지나고 새로운 게 없다 느낄 때쯤이면 지루한 시간도 온단다. 어쩌면 다른 흥미를 찾아 떠날 수도 있겠지.


만약 그 순간이 온다면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겠니.


정원은 그저 계절을 반복할 뿐이라고. 어쩌면 너는 다가올 시간들이 있을 거라 믿으며 그냥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멈춰버린 건 정원이 아니라 네가 아니었는지.


정원의 계절들은 네가 만든 정원이 어떤지 돌아가며 비춰주는 거울일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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