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정원에서 과거로 가는 방법은 간단하지. 과거에서 아무것도 바뀐 것 없이 정원이 그대로 있으면 그게 이미 과거야. 지금 그대로가 너무 좋아서 머물 수도 있지.
만약 미래로 가고 싶다면 지금의 무언가를 조금씩 바꾸면 돼. 물론 이것저것 열심히 파고 뒤집고 심으면 조금은 더 빨라지겠지만 네가 멈추면 시간은 다시 흐르던 속도로 흐른단다. 그렇게는 조금 지루하겠지.
다행히 정원에는 시간을 조금 당길 수 있는 트릭들이 많단다.
사람들은 식물을 빨리 키우려고 비료를 주지만 비료의 효율을 생각해 본다면 그냥 식물을 새로 사는 게 빨라. 효율이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과거의 시간을 갉아먹는 게 되니까 시간을 되려 잃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
미리 지식을 쌓고 시설을 갖춘 후에 비료를 쓰면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거기에 또 시간이 들어가지. 그리고 그 결과는 사실 자연의 모방이야. 정원을 꾸밀 거라면 자연을 이해하는 편이 더 빠르단다.
가드닝 지식들의 대부분은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 부분씩 잘라놓은 설명들이지만 순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쓸 수가 없어. 눈을 뜨고 정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보면 책에 있는 내용들과 그 이상의 것들이 굉장한 속도와 순서로 움직이고 있단다.
식물을 빨리 키우기 위해 준 비료들은 정원에 힘을 발휘할 시간도 짧고 근본적으로 무언가를 해결해주지 않은 채 식물의 크기만 키우기 때문에 결국 그 뒷감당을 해줘야 정원에 균형이 돌아와.
정원의 지형을 골라 양분을 담고 거기서 나무처럼 헌신적인 식물들이 자기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 작은 생물들이 모이고 어떤 식물이든, 네가 원하는 어떤 디자인이든 담아낼 수 있는 정원으로 성장해나가지. 이 과정을 이해하는 만큼 제대로 된 정원을 남들보다 빨리 만들 수 있단다.
만약 여기까지의 이야기들이 그전에는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라면 너는 몇 분 전의 과거에서 미래로 온 거야. 미래는 상대적이란다.
네가 아직 모르는 걸 미래라고 부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