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구조물을 만들 땐 가능하면 목재를 쓰는 게 좋단다. 특히 온도나 습도처럼 생존과 관련된 부분일수록 특히 더 그렇지.
인간은 수많은 건축자재들을 만들어냈지만 어느 하나도 목재로 만든 건물만큼 안정적인 결과물이 없어.
건축이라는 것도 자연의 모방이지만 목재의 물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은 구조물은 나무 그 자체에 가깝지. 목재라는 단단한 결합은 나무라는 생명을 계절과 재해로부터 지켜내는 갑옷이니까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것만으로도 건물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거야.
어떤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 썩지 않는다는 점이나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건축 자재 중 같은 무게에서는 가장 단단하다는 외적인 부분 외에도 목재가 생명을 지켜내는 방식 중 가장 큰 역할은 변화를 서서히 조절해 주는 거야.
목재가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은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보다 훨씬 간단하고 치밀하지.
목재의 속은 작은 방들이 끊임없이 겹쳐있는 구조로 돼있어서 바깥의 온도가 갑자기 추워지거나 뜨거워진다 해도 안쪽까지 들어오려면 그 무수히 많은 방들의 온도를 하나하나 바꾸면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나무가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준단다.
습도 역시 마찬가지로 습한 여름에도 통나무집 안에 있으면 곰팡이가 필 정도로 습해지는 일은 없단다. 목재는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습도를 유지하게 만들어져 있어.
나무가 수명을 다하고 땅으로 쓰러져 흙속에서 물기를 머금기 전까지는 이 역할은 계속되지.
목재를 쓰는 방법을 이해하면 다시 물과 공기, 다른 식물의 일부로 돌아가기 전까지 마음껏 이 갑옷을 빌려 쓸 수 있단다. 정원의 식물들에게도, 사람에게도 이 갑옷이 만드는 리듬은 굉장히 잘 맞아.
옛날 동화에는 전설 속 동물들의 뿔이나 가죽으로 만든 대단한 물건들을 자랑하는데 정작 눈앞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재료가 있는데도 언급조차 안 하지.
없는 것만 소중해지나봐. 나무는 많으니까 마음껏 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