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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성 Jan 26. 2023

거울

#2

어떤 사람의 진짜 모습은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도 나오지만 반대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대할 때도 볼 수 있단다.


가드닝에서 식물을 마주하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식물을 자기 자신처럼 여기거나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을 가지는 것 같아.


더 큰 무언가에 대할 때의 에티튜드가 그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약한 존재들을 돌보는 모습에서는 자신이 과거를 어떻게 돌아보는지를 많이 보여준단다.


만약 네가 정원을 오롯하게 마음 가는 대로 가꿨다면, 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면 정원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사실 정원에 심어진 식물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의 손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지만 그런 사실이 사람이 식물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와는 별로 상관없지. 그저 자기보다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이나 영향력, 자신이 받고 싶은 보살핌과 여태 받아왔던 애정의 형태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단다.


거울은 거울로서 자기 역할을 하는 거야.


거울 속에 있는 너를 억지로 바꾼다고 실제 네가 바뀌는 건 아니듯 만약 정원에서 네 안에 있는 메타포를 발견한다면 우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그게 어떤 모습이든 그 순간의 네 모습을 공유하고 있는 장소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외롭진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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