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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Mar 14. 2021

[두부반모어록] 귀가 많이 지쳐 있었어

'말'이 아닌 '음악'으로 채우니 살 것 같아

2021.3.14.일   


1. 내가 클럽하우스에 한달 넘게 있으면서 사람의 ‘말’ 에 지쳤나봐. 허니문시기에는 그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 (톤, 속도, 어투)가 음악처럼 아름답게 들려서 행복했어. 어찌나 재미있고 좋던지..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그 ‘말, 목소리’로 귀가 지쳐가더라. 그렇게 되니 나도 모르게 음악을 찾게 돼. 입을 다물고 이렇게 채팅하는 순간이.. 좋다.  


2. 나 너무 공감해...내가 클하에 그렇게 많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해. 난 늘 말을 하고, 말을 듣고 사니 귀가 지쳐있을 때가 많아. 그래서 음악도 크게 안 듣고 정신없이 이야기가 오가는 게 불편하더라. 그래서 지금 이 루틴방이 넘 좋아 나도�  


3. 직업상,, 어쩔수 없이 매일 사람 목소리를 전화기를 통해 들어야 할 때 전화벨만 울려도 콩닥,, 불안, 핸드폰도 안 받게 되는 부작용까지  


4. 그래서 음악을 듣는데, 음악이 그렇게 고마운 거야.  


5. 나는 아웃풋(말하기)을 많이 하는 날이면 생각도 넘치게 많아져서 몇 번은 좋지만 스트레스로 올 때도 있어;; 그게 소심한 성격 탓이라 생각했는데~ 벽달이도 비슷한 시기가 온다 하니 괜스레 공감 되고 안심? 하게 되네~  


6. 말을 많이 하고 나면 온 기가 다 빠져나간 것 같지..  


7. 말이란게.. 한계가 있잖아. 우리 말해 놓고 누구나 이불킥 하지 않나. 불완전한 언어로 내 불안전한 생각을 전하니.. 늘 아쉬움과 후회와 자괴감이 남는 거 같아.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말수가 적어지고.. 글도 결국 시를 쓰게 되는 거 같아. 내 글도 점점 짧아져.  


8. 아... 여기서 또 깨달음을 얻을랑 말랑 하는 중이야 지금. 난 늘 말을 하는 직업이니까 어느 순간 허무하고 되게 내가 많이 소모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거든.. 왜 그럴까 늘 고민했는데...  


9.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이 와 닿아 ㅎㅎㅎㅎㅎㅎ  


10. 교수님이 말하는 사람들은 기 빨린다고 꼭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11. 마음에서 긍정의 말, 에너지 주는 말을 하는 날은 덜 하는데...우린 내가 아닌 타인을 이야기하고, 일상이 아닌 특별한 일을 이야기 하지.. 결국 일상은 평범한데.. 거기서 오는 거리감이 지치게 하더라  


12. 긴 말보다는 글이.... 긴 글 보다는 짧은 글을 쓰는 게 더 어렵더라. 그래서 책을 쓰는 사람이 대단하고, 시를 쓰는 사람은 정말 존경해.  


13. 글이 짧아진다는 거 뭔가 좋다.늘 쓰다 보면 장황 해지고, 미사여구가 많은 글을 쓰게 되는 게 그것도 때론 지치거든   


14. 그래서 이 새벽 시간 모닝 글쓰기로 위안을 삼게 되고 나를 돌아보게 되나 봐  


15. 담백한 글을 짧게 쓴다는 건 그만큼 깊이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도 해  


16. 조용히 듣고만 있으면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상대가 말을 많이 하니 들어줬을 뿐인데  


17. 들어주는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생각해.    




듣고만 있는 사람은,  

"말 많은 친구가 자신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고   


말 많이 하는 사람은,  말 없는 사람을 

"자신을 감춘다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말이 많은 그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이렇게 바꿔보는거야. 

이 친구.. 침묵이란 어색한 공간을 공허한 말로 채우느라 애쓰고 있구나. 고마워라.   


말이 없는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을 이렇게 바꿔보는거지.  

'난 아직 준비가 덜 됐어. 조금만 기다려줄래' 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기다려 주겠다고.     




https://youtu.be/KkvFvmNP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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