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로 돌아본 과거
사자와 당나귀가 한패가 되어 사냥을 나갔다. 야생 염소들이 사는 굴에 이르렀을 때 사자는 그 입구에 서서 야생 염소들이 나오기를 기다렸고, 당나귀는 굴 안으로 들어가서 밖으로 내몰기 위해 야생 염소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울었다. 사자가 가장 큰 녀석을 잡았을 때 당나귀가 나오더니 자기가 용감하게 싸운 덕분에 염소들이 몰려나온 것이 아니겠느냐고 사자에게 물었다. 사자가 말했다. "정말이지, 네가 당나귀인 줄 몰랐다면 나도 정말 겁이 났을 거야."<이솝 우화, 사자와 당나귀가 함께 사냥하다>
허풍과 자만심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는 우화다. 허풍과 자만심은 순간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된다. 당나귀는 자신의 소란스러운 행동을 용맹한 것으로 포장했지만 사자는 당나귀의 실체를 안다.
우리 집 생계를 둘째 언니가 담당했을 때였다. 언니는 버스 안내양을 하다가 택시 운전을 했다. 요즘은 카드를 사용하지만, 그 당시는 현금만 사용했다. 영업할 때 사용할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이 책상 위에 항상 가득 있었다. 고등학교 때였다. 학교 갈 때 언니 모르게 매일 500원짜리 동전을 하나씩 가져갔다.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 오랫동안 생각나지 않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와 25년 만에 만났다. "오랜만에 모교 가볼래?"라고 제안한 친구의 말에 나도 가보고 싶었다. 추가로 생긴 건물도 있었고 예전 그대로인 것도 있었다. 지난 추억을 이야기하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추억에 젖어 교문을 나왔다. 한참 걸어오니 떡볶이, 어묵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문은 닫혀있었지만, 친구는 이야기했다.
"옛날에 너한테 떡볶이 어묵 많이 얻어먹었는데…."
"내가? 내가 샀다고?" 전혀 기억이 없었다. 내 기억은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한 것뿐이었다.
"그래. 매일 네가 돈을 내서 너네 집 엄청 부자인 줄 알았지…."
언니의 잔돈 500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친구의 말을 듣고 알았다. 나는 언니의 동전으로 친구들에게 음식을 사주며 부자인 척했다. 마치 당나귀처럼 실제 능력은 없으면서 허풍을 떨었다. 친구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 다 알고 있었다. 그때 나의 허풍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빨개졌다.
3살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겠다고 했다. 손자가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서 내 무릎에 앉았다. 더 실감 나게 하기 위해 주인공 이름을 손자 이름으로 바꾸어서 읽어주었다.. "이도가 아파서 병원에 갔대" 손자는 바로." 할머니! 나 병원에 안 갔는데" 라며 책 읽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다른 모든 대사에 "나 한 적 없는 데"라고 솔직하게 답하는 손자를 보며, 문득 어릴 적 허풍을 부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의 순수함이 진실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CCTV가 없던 시절, 한 직원이 다른 직원의 돈에 손을 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한 번은 옆 직원의 마감 금액이 5만 원이 모자랐다. 그 돈이 의심가는 직원의 방석 밑에 있었다. 심증은 있었지만 같은 돈이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 직원은 남들은 알만한 뻔한 허풍을 자주 이야기하곤했다. 허풍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까지 해야했다. 결국 거짓말과 허풍으로 인해 일찍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허풍과 과장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다. 친구들에게 부자인 척했던 그 작은 허풍도 결국은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이었다. 사자가 당나귀에게 했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실체는 드러난다. 모든 것에 진실로 대할 때 진정한 관계가 형성된다. 손자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며 더 진실한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날이다.